'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장이 도심유흥가뿐 아니라 주택가.농촌을 가리지 않고 침투, 전국에 도박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성인게임장들은 처벌 규정이 미비한 점을 악용, 법망을 비웃고 활개를 치는 실정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바다이야기 등 성인게임물의 '메모리 연타' 기능에 대해 뒤늦게나마 본격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연타 기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예상된다.

◇업소 실태
경기지방경찰청이 최근 현장점검을 통해 파악한 경기도내 사행성 성인게임장은 1천220여곳으로 성남 과 수원 등 대도시에 80-120곳씩 집중됐지만, 포천과 이천 등 농촌 및 중소도시도 10-16곳으로 인구규모면에서는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특히 인구 4만4천명으로 13곳의 성인게임장이 성업중인 포천시 소흘읍의 경우 지난해말에는 22개 업소가 난립하는 등 시골동네에까지 도박광풍이 몰아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경북지역에도 1천400여개의 업소가 운영중이며 이 가운데 고령(8), 청도(5), 봉화(3), 청송(3) 등 농업이 주업인 소규모 시.군에도 어김없이 성인게임장이 들어서 있었다.

인구 2만명에 불과한 영양군에는 2곳이나 자리잡고 있고 울릉도에도 2곳이 개업했다가 최근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에는 수원시 영통동 롯데아파트 상가에 바다이야기 업체가 들어오려다 주민들의 시위 등 강력 반발로 입점을 포기하는 등 주택가에까지 성인게임장이 속속 침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업소간 과다경쟁에 따라 주택가.

농촌까지 성인오락실이 들어서고 있다"며 "올들어 성인게임장이 줄고 있지만 업계의 교통정리가 된 것이지 사양화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 성인게임장 이용자는 "성인게임장이 전국에 산재한 한 만큼 단체 원정도박도 가게된다"며 "바다이야기의 경우 10만원이면 아무리 안되는 날도 40분 이상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승률도 높은 편이라 서민들까지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어려움..피해 속출
대구와 경북경찰청은 올들어 성인게임장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1천703건의 위법행위를 적발, 업주 17명을 구속하고 종업원과 손님 등 1천24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그러나 경품취급 위반이 331건, 프로그램 개.변조 318건, 불법환전 124건 등으로 성인게임장을 평정한 '바다이야기'의 '메모리 연타' 기능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했다.

바다이야기 등 소위 성인용 게임물 '빅3'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통과, 합법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다.

경기경찰청도 올들어 '바다이야기' 업소 60여곳을 단속했지만 대부분 환전소 직영이나 신고필증 미부착, 게임기설치비율(청소년용게임기 40%이상)위반 등으로 '잔가지 치기'에 그쳤다.

업주들이 행정심판 등을 제기하며 배짱영업을 계속하는 것도 문제다.

대구 달서구의 경우 올들어 115건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이에 불복한 행정심판 신청이 79건, 행정소송이 39건이나 됐다.

행정처분이 내려진다해도 1차로 적발된 업소는 영업정지 1개월에 과징금도 100만-300만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져 업주들이 밑져야 본전식으로 행정심판 등을 제기하는 것이다.

성인게임장 중독으로 인한 자살 등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3일 부산 온천동 금정상에서 목을 매 숨진 김모(38)씨는 '나를 이렇게까지 파멸하게 만든 모든 성인오락실들은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분노의 내용을 담을 유서를 남겼다.

김씨는 10년동안 성인게임장에서 도박하며 1억원의 빚을 졌으며, 카드돌려막기와 사채로 돈을 끌어쓰다 감당을 못하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됐다.

창원공단에서 객지생활을 하는 한 명문대 졸업자는 '퇴근 후 소일거리'로 게임장을 1년동안 찾다가 빚을 져 월급을 압류당하게 됐고, 올 가을로 예정됐던 결혼도 무기연기했다.

◇'메모리 연타' 집중단속..현실적 어려움
경기경찰청은 '바다이야기' 제작사와 판매사 대표가 사행행위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됨에 따라 '메모리 연타' 기능도 단속대상이라고 보고 일선 경찰에 집중단속을 지시했다.

그러나 연타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몇시간씩 게임장에서 지켜봐야 하는 등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일일이 단속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정부차원에서 불법게임물을 아예 압수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또 행정기관에 성인게임장의 옥외광고물 단속을 요청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행정기관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성인게임장은 업소 전면에 광고판을 부착하고 손님을 끌고 있는데, 이는 '업소 창문의 2분의 1 이상을 광고물로 덮어서는 안된다'는 시.군의 옥외광고물 등에 관한 조례에 위반한다.

수원시청 관계자는 그러나 "옥외광고물 조례는 처벌조항이 없어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며 "법규정이 시급히 마련돼야 단속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박중독 일탈 아닌 질환
전문가들은 성인게임장 도박에 빠지는 것이 일시적 일탈행위가 아니라 알코올 중독 등 일종의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분당차병원 정신과 이상혁 교수는 "무기력하고 내성적 성향의 사람에게서 중독성향이 많이 발견된다"며 "이런 사람들이 도박에 빠졌다 그만두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증가돼 충돌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박 중독자 가족 모임' 사무국장은 "도박에 빠진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직설적 말이 악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며 "가족들이 인내를 갖고 세심히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대구.창원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