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폰보다 얇으면서도 견고하게.'

모토로라의 신형 휴대폰 레이저(RAZR)가 기세를 올리고 있던 2004년의 어느 날.삼성전자의 제품개발 회의에 참석한 휴대폰 케이스 제작업체 인탑스(대표 김재경·황의창) 실무자는 이런 주문을 받았다.

지난 16일 국내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새 휴대폰 '울트라 에디션 6.9'가 처음 구상되는 순간이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울트라 에디션은 출시 첫날 초도물량 5000대가 모두 팔렸다.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히트작인 블루블랙 폰이나 올 상반기 히트 상품인 스킨폰을 웃도는 판매속도다.

두께 6.9mm인 이 휴대폰의 케이스는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유리와 플라스틱,스테인리스 등을 합성한 소재다.

인탑스에 따르면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의 강도는 레이저폰에 쓴 소재(마그네슘)와 거의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생산원가는 마그네슘 케이스의 절반 수준이다.

인탑스 관계자는 "마그네슘 케이스는 원가가 많이 들 뿐 아니라 다양한 컬러를 구현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인탑스는 우선 기존 휴대폰 케이스의 재질인 폴리카보네이트(PC)에 유리섬유를 30%가량 첨가시킨 '유리섬유 플라스틱' 소재를 테스트했다.

그러나 이 방법만으로는 '얇고도 견고한' 케이스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스가 얇아지는 만큼 뒤틀림이 커지다 보니 겉에 씌우는 LCD(액정화면)가 깨지는 등 강도가 충분치 못했다"며 "작년 말까지 수십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다 올 1월 플라스틱 사출성형물 안에 스테인리스 철판을 넣어 강도를 보강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작업에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금형 속에 철판을 삽입할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지 못해 플라스틱 금형이 파손되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

이런 과정을 거쳐 두 회사가 강화 플라스틱 소재 케이스를 실제 만들어낸 것은 연구 2년여 만인 지난 7월이다.

울트라 에디션에서 케이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셈이다.

회사측은 "올 상반기만 해도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수출 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10%대를 밑도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하반기부터는 울트라 에디션에 힘입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탑스는 경북 구미와 중국 톈진과 웨이하이 등 3곳에 공장을 두고 있고 지난해 매출액은 3037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1986년부터 유선전화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며 삼성전자와 거래를 튼 뒤 20여년간 휴대폰 사업을 같이 해왔다.

협력사 중에서도 가장 오랜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업체로 꼽힌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