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 열풍에는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갈팡질팡한 정책도 한 몫 했다.

베팅 금액을 갑자기 상향 조정해 도박 게임장이 급증하게 했고 상품권 정책을 바꿔 불법 상품권이 판치게 하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시장이 커진 뒤에 허겁지겁 내놓은 대책은 불법 행위만 양산하는 꼴이 됐다.

영등위는 게임물 심의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수시로 규정을 바꿨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카드 게임류의 1회 투입 금액을 200원에서 500원으로,경마 게임의 구역당 베팅 금액을 1000원에서 2500원으로 높였다.

베팅 금액이 늘어난 만큼 판돈이 커지고 딸 수 있는 돈도 늘어나 도박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스크린경마 게임이 급속히 확산돼 사회문제화하자 개정 경품고시에서 경마게임 1회 베팅 금액을 구역당 1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 결과 스크린경마 게임 비중은 지난해 전체 18세 이용가 게임의 3%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영등위는 개정 경품고시에서 게임물의 사행성을 판단하는 데 1회 게임시간 4초 미만,1시간 요금 9만원 이상,경품 한도액 2만원 초과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에 게임의 결과가 결정되거나 경품 금액이 지나치게 높으면 이용자들에게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게임('빠찡꼬'와 유사한 게임)에 대해 4초 이상,경마게임에 대해선 80초 이상 등의 새 기준이 생기자 오히려 이 기준에 맞는 도박게임이 급증했다.

특히 4초 만에 승부가 나는 릴게임이 대거 등장해 바다이야기,오션파라다이스,인어이야기 등 성인오락실(도박 게임장)이 급증했다.

오락가락한 경품고시는 불법 상품권 남발을 초래했다.

문광부는 2005년 초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했지만 인증 절차가 확립되지 않아 불법 상품권(일명 딱지 상품권)이 범람하자 그해 7월 지정제를 도입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이 지정하고 지급보증 기관이 보증한 상품권만 사용할 수 있게 제한한 것.그런데 엉뚱하게도 규제를 강화하자 불법 상품권이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도박 게임장에 있는 게임기는 대부분 프로그램과 상품권 배출기가 일체로 되어 있는 '일체형'이다.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제도가 바뀌어 기존 게임기가 고철로 전락할 우려가 생기자 사업자들은 앞다퉈 딱지 상품권을 통해 불법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도박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품용 상품권은 지정제 도입 이후 계속 늘어 지난해 8월부터 올 5월까지 누적 발행량이 2350만장에 달했고 지난 1분기 하루 평균 유통금액은 9261만원에 달했다.

문광부는 뒤늦게 오는 10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에 맞춰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영등위는 지난해 8월 사행심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예시(다음에 어떤 그림이 나오면 잭팟이 나온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연타(연속해서 잭팟이 터지는 것) 기능을 성인 게임물에 적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게임 도박장 사업자들은 영등위 심사를 통과한 후 프로그램을 조작해 예시·연타 기능을 도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