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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윤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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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이상하다.

    과학은 발달하고 세상만사 마냥 투명해진다는데도 사람의 운명을 둘러싼 속설은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난다.

    게다가 일단 퍼지면 걷잡을 길 없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좋다더라'에 예식장이 동나고,'윤달 출산은 나쁘다더라'에 달도 안찬 아이를 억지로 낳는다는 식이다.

    올해를 쌍춘년으로 부르는 건 음력 한해(병술년)인 1월29일부터 내년 2월17일 사이에 입춘(2월4일)이 두 번 들었기 때문.쌍춘년 결혼설에 과학적 혹은 문헌상 근거는 없다.

    그저 봄 기운을 상징하는 입춘이 두 번이라 좋다는 정도다.

    중국에서 비롯돼 올해 처음 등장했는데도 검증 없이 번져나갔다.

    윤달에 이장(移葬)이나 집수리를 하고 수의(壽衣)를 장만하는 건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우리네 풍속이었다.

    윤달은 여벌달 공달 덤달 혹은 썩은달이어서 평소 꺼리는 궂은 일을 택일 없이 해도 액(厄)이나 해(害)가 미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윤달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안난다'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무병장수한다'는 말이 확산된 건 90년대 중후반 수의마케팅이 생기면서부터.이후 윤달이면 여기저기서 수의 특판이 이뤄지고 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급기야 2004년엔 중국제를 국산이라며 비싸게 판매한 이들이 적발됐다.

    수의 한벌에 몇백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것도 있으니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윤달을 둘러싼 얘기는 끝이 없다.

    윤7월을 앞두고 새로 단장한 부산 자갈치시장 업소들이 재개장 날짜를 윤달로 미룬다고 하는가 하면 윤달 출산을 막기 위해 제왕절개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윤달에 낳으면 음력 생일을 챙기기 어렵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다 자라지 않은 아이를 낳는다니.

    윤달에 이사나 이장을 하면 좋다지만 뭐든 한꺼번에 몰리면 비싸지고 서비스 품질은 떨어지기 십상이다.

    임신 37주 이전에 낳으면 폐와 뇌 성숙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한다.

    속설이 기승을 부리는 건 '좋은 게 좋다더라'내지 '나쁘다는 건 피해야지'라는 마음 탓일 텐데 모든 게 운에 좌우된다면 인간 의지나 노력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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