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막 인생 미술로 승부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들이 기업 경영노하우를 갤러리 운영이나 작품활동에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강석진 전 GE코리아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의광 태평양 그룹 계열회사인 장원산업 전 회장,이성구 전 ㈜농심기획 사장,손재택 전 비자캐쉬코리아 대표이사,김창일 아라리오산업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술계에 들어와 직접 아트경영과 디렉팅을 하는가 하면 전업작가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으나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전자회사 GE코리아에서 30여년간 잔뼈가 굵은 강석진씨(68)는 2002년 퇴임 후 아트디렉터와 전업작가로서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강씨는 지난 3월 설립된 세계미술문화진흥협회(세미협) 이사장직을 맡아 전시기획 홍보업무는 물론이고 미술품 거래에도 관여하고 있다.

강씨는 협회 창립기획전으로 국내외 작가 190명이 참여하는 '더 월드 아티스트페스티벌(세종문화회관ㆍ9월6~20일)'을 총괄했다.

또 지난 30년간 틈틈이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화단에서 중견작가로 인정받아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SK그룹 비서실장을 거쳐 SK텔레콤 상무이사와 비자캐쉬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손재택 소마미술관장(55)은 기업 경영을 미술에 가장 잘 접목한 케이스.

지난해 9월 한국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로 영입된 후 옛 서울올림픽미술관 명칭을 소마미술관으로 바꾸고 '파울 크레전' 등 대형 전시를 유치하는 등 1년 만에 미술관 경영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미술관 안에 커피전문점을 유치해 연간 수수료만 1억원 이상 수익을 거두고 있고 또 다른 기획전 '내일-토끼사냥의 필연(9월7일까지)'전에도 관람객 1만여명을 불러모았다.

태평양그룹 창업자인 고 서성환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의광씨(57) 역시 2년 전 태평양그룹 계열의 장원산업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작년 9월 갤러리와 박물관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 관장은 서울 인사동의 2층 양옥집 두 채를 개조해 목인 갤러리와 박물관을 세우고 첫 기획전시로 목조각 5000점을 보여주는 '목인,세속에서 얻은 성스러움(27일까지)'전을 마련해 관람객 2만여명을 끌어들여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와서누리는 사람이 주인이다'라는 갤러리 경영모토를 내세우는 등 관람객 제일주의 경영이 적중했다는 것이 미술계 주변 평가다.

전업작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기업CEO자리를 사퇴한 경우도 있다.

이성구씨(58)는 제일기획 전무를 거쳐 농심기획 대표이사를 지낸 경영인 출신.

이씨는 지난해 3월 농심기획 사장자리에서 물러난 뒤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힘(갤러리 라메르ㆍ23~29일)'이라는 주제로 첫 개인전을 마련해 대학시절부터 30여년간 그린 작품과 작품집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전업작가 활동과 갤러리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아라리오 산업 김창일 회장(55)은 천안아라리오 갤러리를 기반으로 베이징에 이어 뉴욕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내년 3월엔 베이징에서 첫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