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먹구름 오는데, 주가는 '和色'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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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조건 사상최악,상반기 기업수익 급감,심상찮은 경기둔화….' 18일자 조간신문들의 1면에 다뤄진 기사의 제목들이다. 하나같이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나흘째 강세를 보였다. 경기가 꺾였다는데 주가는 왜 꿈쩍도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주가와 경기 간 상관관계가 엷어졌다"며 "풍부한 유동성과 중국 등 동아시아 경제의 성장이 우리 증시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성장이 주가 상승 부른다?
저성장은 기업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는 안정성장이라는 또다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안정성장으로 경기변동이 축소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면서 영업이익이 5% 안팎 감소하는 정도라면 증시가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기 급락이 아닌 연착륙에 가까운 둔화의 성격이라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생리와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실제로 2005년 6월 한국 증시가 11년 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할 당시도 경기선행지수는 하락 중이었다. 저성장기에 주가가 오르는 이 같은 역설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1980~1990년대 주가 장기 상승기에 목격된 현상이기도 하다.
경기 순환주기가 단축되고 있는 점도 경기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한 이유로 꼽힌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예년에는 경기 하강과 상승 주기가 3년 안팎 지속됐지만 2000년 이후 경기 사이클은 1년 정도로 매우 짧아졌다"며 "최근만 봐도 작년 1분기가 저점이었다가 올 1분기에 고점을 찍고 하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1분기면 또 바닥을 칠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과 '후퇴'만 반복할 뿐 '확장'과 '침체'는 건너뛰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확 바뀐 증시 패러다임
요즘 주가는 경기에만 무심한 게 아니다. 유가나 환율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에서 60달러로 50%가량 급등했지만 주가도 50% 이상 오르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출기업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지만 역시 주가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팀장은 "주가는 경기보다 유동성에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9.11 미국 테러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 움직임이 있었고 이때 풀린 글로벌 유동성과 국내투자자들의 펀드투자 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경기판단에 활용되는 OECD 경기선행지수에 중국이 포함되지 않는 점도 거론된다. 중국은 매년 10% 안팎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행지수 산출에서 제외돼 글로벌경기 판단에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2004년 초부터 2005년 5월까지 OECD 경기선행지수는 하락세였지만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는 지속됐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예상된 범위의 경기둔화는 증시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가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의 경기둔화 속도나 깊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 한차례 쇼크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안정성장이 주가 상승 부른다?
저성장은 기업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는 안정성장이라는 또다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안정성장으로 경기변동이 축소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면서 영업이익이 5% 안팎 감소하는 정도라면 증시가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경기 급락이 아닌 연착륙에 가까운 둔화의 성격이라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의 생리와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실제로 2005년 6월 한국 증시가 11년 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할 당시도 경기선행지수는 하락 중이었다. 저성장기에 주가가 오르는 이 같은 역설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1980~1990년대 주가 장기 상승기에 목격된 현상이기도 하다.
경기 순환주기가 단축되고 있는 점도 경기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한 이유로 꼽힌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예년에는 경기 하강과 상승 주기가 3년 안팎 지속됐지만 2000년 이후 경기 사이클은 1년 정도로 매우 짧아졌다"며 "최근만 봐도 작년 1분기가 저점이었다가 올 1분기에 고점을 찍고 하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1분기면 또 바닥을 칠 것"이라며 "경기가 '회복'과 '후퇴'만 반복할 뿐 '확장'과 '침체'는 건너뛰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확 바뀐 증시 패러다임
요즘 주가는 경기에만 무심한 게 아니다. 유가나 환율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2005년 한 해 동안 유가는 배럴당 40달러에서 60달러로 50%가량 급등했지만 주가도 50% 이상 오르는 기현상을 나타냈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출기업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지만 역시 주가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팀장은 "주가는 경기보다 유동성에 더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9.11 미국 테러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 움직임이 있었고 이때 풀린 글로벌 유동성과 국내투자자들의 펀드투자 붐이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경기판단에 활용되는 OECD 경기선행지수에 중국이 포함되지 않는 점도 거론된다. 중국은 매년 10% 안팎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선행지수 산출에서 제외돼 글로벌경기 판단에 오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2004년 초부터 2005년 5월까지 OECD 경기선행지수는 하락세였지만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는 지속됐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예상된 범위의 경기둔화는 증시를 패닉 상태로 몰고 가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한국의 경기둔화 속도나 깊이가 예상보다 깊어지면 한차례 쇼크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