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강재섭 대표 취임 이후 수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정국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좌충우돌하고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표절 의혹,법무장관·헌법재판소장 인선,유진룡 전 문화부차관 경질 등 '코드인사'와 관련한 현안이 잇따라 터졌지만 여당과 언론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뒷북치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인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문제에서는 미숙한 대응으로 자충수를 뒀고,여당의 '뉴딜' 행보에 대항할 만한 정책이슈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국주도권 상실이 강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 이슈 대처 미숙=전시 작통권 환수문제에 대해 국민투표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인 '헛발질'로 꼽힌다.

당내에서조차 '현실성 없는 대안'이라는 불만이 제기됐다.

전시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조차 "난센스""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악평했다.

김형오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론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표절 의혹과 사퇴공방 때도 '주변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혹 제기는 언론보도 수준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김 전 부총리를 사퇴시키는 과정에서는 여당이 사퇴여론을 대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지켜봐야 했다.

유 전 문화부 차관의 경질을 둘러싼 '청와대 인사압력' 의혹에 대해서도 언론보도 내용을 보고 그날그날 논평을 내는 데 만족해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에 대한 당차원의 입장도 모호하다.

대외적으로는 "코드인사라는 점이 우려스럽고,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이 든다"고 비판하면서도,처리방침에 있어서는 "인사청문회를 해본 뒤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숱한 정치현안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지만 어느 것 하나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주도권도 상실=지난해 '감세' 이슈를 제기해 톡톡히 재미를 봤던 것과 달리 올해엔 '한나라당 정책'이라고 할만한 이슈를 찾아 볼 수 없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서민경제 올인''뉴딜' 등을 기치로 삼아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경제인 사면 등을 놓고 청와대와 대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화학적 결합'도 부족하다는 평이다.

칩거 후 당무에 복귀하는 듯했던 이 최고위원은 최근 '민생탐방'을 한다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현 지도부와 거리를 두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