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가 국내 처음으로 알코올 도수 20도의 벽을 무너뜨린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가칭)를 내놓기로 함에 따라 올초 두산의 '처음처럼' 출시로 촉발된 진로-두산 간 소주 전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처음처럼'의 상승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진로가 '소주 종가'의 자심을 회복하기 위해 반격의 칼을 본격 빼든 셈이다.

진로는 기존 20.1도짜리 '참이슬'과 함께 19도대의 '참이슬 후레쉬'를 동시에 판매하는 '투 톱' 전략으로 '처음처럼'에 양면 포위작전을 구사한다는 포석이어서,향후 양측의 시장 쟁탈전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진로,'투톱 시스템으로 소주시장 수성(守成)'


진로가 알코올 도수를 19도대까지 낮춘 '초(超)저도' 소주를 내놓게 된 것은 '처음처럼'의 상승세에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초 '처음처럼'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55%대였던 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6월 말 기준 50.2%로 하락,50% 선이 무너질 비상 상황에까지 몰렸다.

그 사이 두산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5.2%에서 9.5%까지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 시장에서는 7.2%에서 15.1%까지 치고 올라왔다.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했다는 차별화된 제품 컨셉트와 함께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진로 관계자는 "'처음처럼'이 수도권과 젊은층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새 제품은 젊은층 고객을,기존 '참이슬'은 기성세대 고객을 겨냥하는 식으로 멀티 브랜드 전략을 활용해 '처음처럼'의 기세를 꺾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진로는 새 제품 출시를 계기로 생산,영업,마케팅 등 전 분야에서의 파상 공세를 통해 '실지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진로 관계자는 "하진홍 사장이 최근 전 직원에게 '돌격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긴장하는 두산,'그린소주 재판(再版)은 없다'

20도짜리 '처음처럼'으로 올 소주시장에 '저도화' 바람을 몰고온 두산 주류BG는 진로가 알코올 도수를 19도대로까지 떨어뜨린 신제품을 내놓기로 하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두산측은 특히 진로가 새 제품 출시를 계기로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두산 주류BG 관계자는 "19.8도짜리 제품을 내놓는 것이나 기존 제품과 병행 판매하는 투 브랜드 전략을 쓰는 것은 맥주 업계에서나 볼 수 있는 일로 다소 '실험적'"이라면서도 "진로의 향후 공세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두산은 특히 1990년대 말 '그린 소주'가 돌풍을 일으켰으나,진로의 '참이슬' 출시로 인기가 시들해졌던 과거 사례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그린 돌풍'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던 한기선 전 진로 마케팅본부장은 현재 두산 주류BG의 사장으로 '처음처럼'의 인기몰이 주역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가 19도대의 소주를 내놓음에 따라 소주 저도화 바람은 향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순당의 '백세주'와 같은 약주 제품의 설 땅은 갈수록 좁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