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경기 하강론(下降論)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경기상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던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경기가 지난 1분기를 고점으로 꺾였다는 판단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최근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짧은 주기의 경기 변동을 반복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현대경제연구원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의 이 같은 경기 진단은 한마디로 정부나 한국은행의 경기 낙관론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경기가 이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근거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작년 4분기 1.6%를 기록한 이후 올해 1, 2분기에 각각 1.2%, 0.8%로 거듭 낮아지고 있고, 재고-출하 순환지표에서 재고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심상치 않은 재고-출하 순환지표는 이미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동향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여기에 향후 경기를 가늠케 하는 각종 지표들도 좋지 않고 보면 민간연구소의 이런 판단을 더 이상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 내부에서도 경기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는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실물경제의 신장세를 근거로 콜금리를 올렸지만 향후 경기의 하방위험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비쳤다. 재경부 역시 심리적 위축이 일어나고 있는 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정책에 이를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경기부양 차원에서 재정의 조기집행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선 금리를 인상하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 또 여당은 뉴딜정책으로 투자를 활성화시키자고 하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떨떠름한 입장이다. 한마디로 경제정책의 구심점(求心點)도,방향성도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곤란하다고 말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정부에 무리한 경기부양책을 주문하는 것도 아니다. 경기도 살리고 성장잠재력도 확충하는 길은 투자를 촉진하는 것인데 이를 저해하는 규제(規制)만이라도 우선 풀고 보자는 얘기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은 출자총액제한제 등 기업규제, 그리고 중소기업은 노동규제가 개선돼야 경기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규제가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더 늦기 전에 청와대와 정부가 귀담아 듣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