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한국에 없는 '대표군'이 창설됐다. 우리에게 낯선 기업국가대표(企業國家隊)가 새로 생겼다.

정식 이름은 창신(創新)기업. 창조적인 새로운 기업의 준 말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혁신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기업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은 말이다. 과기부 국토자원위 등 5개 정부부처가 지방정부의 추천을 받은 회사중 103개 회사를 추려 영예의 이름을 붙여줬다. 여기에는 77개의 민간기업이 포함됐다.

이익창출 능력,특허권 보유수,기업 관리 및 신기술 개발 능력 등 '기업의 질'을 엄격히 따져 뽑았다.

그래서 PC회사 롄상과 가전회사 하이얼 등 중국을 대표할 만한 회사들만이 명단에 오를 수 있었다. 중국 언론은 이들을 주저하지 않고 '궈자 두이(국가대표팀)'라고 불렀다.

운동선수들에게나 붙이는 국가대표팀을 기업들로 구성한 데는 중국 정부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다. 기업인의 의욕을 북돋워주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저런 기업을 본받으라는 지향점을 제시해준 것이다.

또 좋은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은 그만한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명예와 존경에 더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정책적인 지원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자금지원과 세제혜택도 받는다.

마케팅에서도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것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에서 1등 하는 기업이 세계에서 1등이 될 수 있도록 밀어주려는 중국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언젠부턴가 한국에선 그런 후원이 없어졌다. 잘나가는 기업에 힘을 더 내라고 격려하는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제일 잘 만들고 현대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독자모델로 분전하고 있지만, 그 공적을 인정하기 보다는 흠집을 찾아내려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회사라고 국가대표라는 명예를 안겨주고, 특혜를 베푸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기업가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파렴치범이나 위법행위를 한 사람을 기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쌀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기업을 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공헌하는 것이라는 기본적인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다.

법을 어기고 남의 회사를 점거해 파업한 사람들에게는 관용을 베풀라고 하고, 세계시장에서 힘겹게 싸움을 하는 기업인을 시종일관 개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정말 당혹스럽다.

노무현 대통령은 몇년 전 상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업이 곧 국가"라고 했다.

이 말 자체는 한국 대통령이 했지만, 중국이 '창신기업'을 선정해 먼저 실천에 옮겼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올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중 중국기업은 20개가 포함됐지만 한국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2000년에도 12개사였던 한국이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불과 3년 만에 10개사에서 20개사로 배나 늘었다.

중국보다 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기업환경을 부러워해야 하는 이 현실이 참 안타깝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