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계열사의 채무 탕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재정경제부 공무원들이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의 알리바이를 위해 조직적으로 증거 조작에 가담했다는 주장이 검찰측에서 나와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현대차 로비' 공판에서 재경부 공무원들이 현 금융정책국장의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고 무단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경부 공무원들이 지난달 말 현 금정국장이 사용 중인 컴퓨터를 일부 파일만 남겨둔 채 모든 파일을 삭제한 뒤 변양호 전 국장의 변호사 사무실로 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반출한 컴퓨터는 현재 구속수감 중인 변 전 국장이 사용하던 컴퓨터로 변씨에게 유리한 당시 PDA(개인휴대단말기) 일정만 남겨둔 채 다른 파일은 모두 삭제됐다"며 증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또 "재경부 공무원들이 매주 변씨측 변호인 사무실을 찾아가 대책회의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대검은 지난 10일부터 전산 전문가 등을 재경부에 파견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컴퓨터 파일을 분석해왔다.

이에 대해 변씨의 법정 대리인인 노영보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컴퓨터를 켠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노 변호사는 또 "변씨의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재경부) 후배가 내 사무실을 다녀간 것은 사실이나 검찰이 오히려 사무실에 다녀간 공무원들을 불러 추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변씨측이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찾아가 "2002년 4월 변씨를 만났다고 진술해 달라.그러면 당신한테도 유리할 거다"며 확인서를 요구해 허위로 확인서를 받아낸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변호사는 "후배(변씨)가 선배(강 은행장)한테 가서 어떻게 부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변씨는 김동훈씨에게 현대차 계열사 채무 탕감과 관련해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검찰은 2002년 4월을 김씨가 돈을 건넨 3차례 중 한 시점으로 특정해 왔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