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백모씨(48)는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강남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달 말 구청으로부터 통보받은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다.

백씨는 손님들의 도박행위를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러나 백씨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가게에서 함께 일하는 동생과 친구들이 식재료를 사러 가기 전 잠깐 모여 고스톱을 쳤을 뿐"이라며 "당시 판돈도 3만원에 불과해 즉결심판을 거쳐 벌금 3만원을 냈는데 이를 두고 두 달간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영업정지 처분이 전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찰의 통보에 따라 '기계적으로'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매상 격감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법정 공방 끝에 '상식 밖'의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나와 행정처분의 무리함이 뒤늦게나마 입증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영업정지 1개월을 당했던 중랑구 묵동의 목욕탕 업주 신모씨(56)는 최근 법원에서 영업정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아내와 친구,종업원이 가게에서 야식값 내기 고스톱을 치다가 적발돼 내려진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도박행위도 그것이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해 정상적인 생활질서의 범위 안에 있을 때에는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양천구 목동에서 비디오방을 하는 양모씨(54)도 최근 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양씨는 주민등록증으로 18세 이상임을 확인하고 들여보낸 손님이 사실은 고등학생이었다는 게 뒤늦게 밝혀져 영업정지 15일과 과징금 150만원을 부과받았다.

18세 이상이더라도 고등학생은 비디오방에 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구청 측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외관상 고등학생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손님의 주민등록증까지 확인한 업주에게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자영업자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지자체가 무리하게 이를 상급심으로 끌고 가 영업에 지장을 주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 광명시의 게임장 업주 이모씨(36)는 영업정지 10일을 받은 뒤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지만 광명시가 끝내 대법원 상고까지 제기해 벌써 2년4개월째 법원을 드나들고 있다.

박형상 변호사는 "영업정지를 내리기 전 업주가 해명을 해도 지자체가 이를 잘 수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이 영업장의 위법행위를 적발해서 구청에 통보할 경우 구청은 경찰의 단속 내용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천구청 관계자는 "각 업소의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려다 보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생기거나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어 법규를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