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제일모직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화학과 패션·직물로 각각 널리 알려진 두 기업 사이에 무슨 공통점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근 이들의 사업구조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두 기업의 주력 사업은 세 가지로 이 가운데 전자소재와 화학사업은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LG화학의 산업건축자재,제일모직의 패션·직물 정도가 독자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두 기업은 나란히 '정보전자소재'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는 게 큰 공통점이다.


최근 주가는 LG화학과 제일모직 모두 3만6000원 안팎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LG화학은 화학업종 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5만9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장기 조정을 받은 반면 제일모직은 패션부문 실적 호조 덕분에 주가가 비슷해졌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중장기 주가 흐름은 정보전자소재 분야의 성장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LG화학과 제일모직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3400억원대와 1조7900억원대.LG화학이 격차를 다시 벌릴지,아니면 제일모직이 따라잡을지 관심이다.


○전자소재,명운을 건 대결

정보전자소재는 LG화학의 미래 승부 사업이다.

올초 LG화학은 전자소재 매출 비중을 지난해 17%(7조4000억원)에서 2008년 25%(10조8000억원),2010년 30%(13조원)까지 높여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LG화학은 현재 △리튬이온전지와 TFT-LCD용 편광판 등 광학 소재 △컬러TV 및 모니터용 형광체 등 디스플레이 소재 △회로기판 소재인 CCL 등에 진출해 있다.

이 분야에서 2분기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감에 따라 더디지만 꾸준한 성장에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광훈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2004년 미 애플사의 LG화학 2차전지 리콜 이후 한동안 적자를 보였던 전자소재분야 영업이익이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경우도 △LCD와 반도체용 소재 △전해액 등 2차전지용 소재 등을 통해 전자소재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매출 비중이 아직 10% 안팎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또 관련분야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데다 LCD 등 전방산업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수익성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상반기 이 분야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13%를 차지했다.

CJ투자증권 이희철 애널리스트는 "각각 LG전자삼성전자라는 든든한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지금은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지만 앞으로 사업을 확대할 경우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화학사업,'만물상 vs 전문점'

화학 분야 역시 LG화학과 제일모직 모두에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해 LG화학의 총매출(7조4251억원)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한 비중은 56%에 달했다.

전체 영업이익 중 비중도 70%나 됐다.

제일모직도 화학 비중이 51%에 달한다.

패션 40%,전자재료 9% 순이다.

영업이익 비중도 화학 47%,패션 34%다.

하지만 제품 구조에선 차이가 크다.

LG화학은 종합 유화업체로 PVC PE(폴리에틸렌)에서부터 컴퓨터 본체 등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각종 기능성 수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고 있다.

PVC와 ABS는 한국과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이에 반해 제일모직은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ABS 등 합성수지 분야가 핵심이다.

제일모직 화학사업이 업황침체영향을 덜받는 이유는 바로 특화된 제품 덕분이다.

반면 LG화학은 급격한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주가 약세를 경험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화학사업 규모에서는 제일모직이 LG화학의 3분의 1 밖에 안되지만 상대적인 안정성은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앞으로 업황이 호전되면 LG화학 실적이 급격히 좋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