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상이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시장이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각종 경기지표 악화로 기업과 가계가 자신감을 잃어가는 마당에 한은의 금리 인상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금리 인상의 타이밍을 놓친 한은이 밀린 숙제를 처리하듯 무리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는 경착륙(hard landing)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화강세로 수출경쟁력약화 우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기가 하락 초기 단계로 접어드는 상황에 콜금리를 인상해 소비 위축과 기업경영 악화가 우려된다"고 논평했다.

이승철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한·미 간 금리 격차,국제적 금리 인상 기조,부동산 버블 등 금통위가 금리 인상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기업들이 연초에 사업계획을 세우며 전망했던 콜금리 수준 4%를 훌쩍 뛰어넘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콜금리 인상으로 나타날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중앙회는 "특히 부채 비율이 높은 성장 기업이나 설비투자형 기업,창업 기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져 기업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뒷북 금리인상 논란

채수찬 부의장이 지적한 대로 한은의 콜금리 인상은 '뒷북 치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금리를 올려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경기는 지난해 1분기 저점을 통과한 뒤 2분기부터 확연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분기 0.5%에 그쳤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분기 대비)이 2분기 1.4%,3분기 1.6%로 크게 올랐다.

그러나 한은은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경기는 올 들어 하강 조짐이 뚜렷해졌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1.3%(전분기 대비)로 둔화되더니 2분기에는 0.8%로 급락했다.

연율로 4%도 안 되는 저조한 성장률이다.

한은은 그러나 6월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상했다.

경기에 후행하는 금리 인상으로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리 인상의 효과도 의문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작년 10월부터 콜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와 경기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저금리 지속에 따른 부작용을 바로잡겠다는 뜻도 포함됐었다"고 말했다.

저금리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말한다.

하지만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03년 콜금리를 4.25%에서 3.75%로 내렸고 또다시 집값이 올랐던 2004년에도 3.75%인 콜금리를 3.25%로 낮췄다.

작년 상반기에도 부동산이 큰 폭으로 올랐으나 3.25%의 사상 최저 수준 금리를 계속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사실상 한은이 키운 셈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