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원 기행] ②샬트르성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 118년째 사랑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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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의 1번지 명동성당 뒤에는 또 하나의 성당이 있다.
명동성당과 계성여고 사이로 난 돌담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담쟁이덩굴이 매달린 붉은 벽돌 담장 너머로 커다란 성당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의 수도원성당이다.
수도원 경내는 아담하고 깔끔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아담한 규모의 옛 성당 건물이 보인다.
오른편에는 그보다 크고 현대적인 모습의 수도원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수도원성당 오른편에는 옛 성당과 같은 모양의 바오로교육관이 들어서 있는데,수도원성당이 명동성당의 제단 뒷면을 향해 중심축을 잡고 옛 성당과 교육관은 날개처럼 배치돼 있다.
명동성당보다 드러나지 않는 절제와 일치가 절묘하다.
옛 성당 왼편,널따란 잔디정원 너머에는 수녀가 되는 과정에 있는 이들의 강의실과 숙소,시청각실 등이 있는 7층짜리 건물과 담쟁이덩굴이 외벽을 빽빽하게 덮고 있는 3층 건물이 ㄱ자 모양으로 붙어 있다.
수도원성당의 1층은 관구 사무실,2층은 성당,지하층은 수녀들의 숙소다.
담당 수녀의 안내에 따라 1층 접견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관구장 김영희 수녀(60·젬마루시)가 환한 미소를 띤 채 들어온다.
수녀회에 관한 설명자료 및 1988년에 펴낸 100년사와 화보집 등 두툼한 책자까지 준비했다.
1696년 프랑스 남부의 러베빌라셔날이라는 작은 성당의 루이 쇼베 신부가 창설한 샬트르수녀회는 1888년 한국에 들어온 국내 최초의 수도단체다.
전 세계 34개국에 4000여명의 회원(수녀)이 있고 한국에는 서울·대구 관구를 합쳐 1100명가량의 수녀들이 기도와 헌신의 삶을 살고 있다.
"서울관구에만 519명의 수녀가 있는데 제가 입회했던 1970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요.
그땐 한 해 30명가량 들어왔으나 올해에는 지원자가 10명뿐입니다.
예전에는 30명 가운데 양성단계를 거쳐 종신서원을 한 사람이 12명뿐이었지만 지금은 10여명 가운데 8~9명이 종신서원을 하니 실질적으로 많이 준 것은 아닌 셈입니다."
서울관구의 전체 회원 가운데 명동 본원에서 생활하는 수녀는 150여명이다.
수도원성당 뒤편의 '베타니아의 집'에는 은퇴한 할머니 수녀 25명이 살고 있고 120여명의 수녀들은 일과시간이면 각자 맡은 일을 하며 생활한다.
또 나머지 수녀들은 명동 본원 외에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지역 103개 분원에서 생활하며 성당이나 교육기관,병원,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한다.
중국 러시아 터키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 등에도 21명의 수녀가 파견돼 있다.
"샬트르수녀회는 어린이 교육과 병자를 돌보기 위해 처음 생겼는데,그 시대의 필요에 따라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를 정하게 됩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처음 창설됐을 때에는 문자교육이 대단히 중요했어요.
요즘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당시에는 글자를 알면 삶이 달라졌으니까요.
지금도 우리 수녀회는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샬트르수녀회 서울관구가 하는 일은 실로 방대하다.
66개 성당에서 139명의 수녀들이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다.
직접 운영하는 교육기관만 해도 유치원 17곳을 비롯해 계성초등학교,계성여고,논산 쎈뽈여중·고 등 수두룩하다.
서울 제기동의 성바오로병원과 여의도 성모병원,대전 성모병원 등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병원과 다른 종합병원 원목실에서 육체적 질병과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은 그리스도의 향기 그 자체다.
뿐만 아니라 보육원,소년의 집,요양원,쪽방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수녀들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또 서울관구에서 삼일로 쪽으로 문을 낸 전례예술원에는 도예공방과 제의제작실,디자인연구실이 있어 각종 성물과 공예품,제의 등을 만든다.
"사도 바오로는 복음을 모르는 이들과 가난한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천막 짓는 일로 생계비를 벌어 썼던 분입니다.
샬트르 수녀들은 사도 바오로처럼 열심히,열렬히 봉사하는 자세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온전히 부응하도록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 수녀들의 삶이니까요."
김 관구장은 1971년 수녀원에 들어와 1979년 종신서원을 했고 지난해 9월 5년 임기의 관구장에 임명됐다.
평생을 잿빛 수도복만 입고 사는 게 지겹지는 않을까.
그러나 김 관구장은 "성경 시편에 '와서 보라.그분이 얼마나 좋은지 보고 맛들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수도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맛이 있고 감사하게 느껴진다"면서 "어려움은 있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샬트르 수녀들은 겨울옷 두 벌,여름옷 두 벌로 생활한다.
몇 만원의 용돈을 타서 쓰지만 사용내역을 매달 보고해야 한다.
일을 해서 번 돈은 모두 공동체 소유다.
김 관구장은 "의복이나 용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가난하고 단순하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후 5시.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던 수녀들이 수도원성당에 모여든다.
아침·저녁으로 50분씩 드리는 성체조배 시간.성당에는 숨소리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침묵이 흐를 뿐이지만 수도자들은 하느님 안에 더 오래,더 깊이 머물 수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침묵은 위대한 것이 아닐까.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명동성당과 계성여고 사이로 난 돌담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면 담쟁이덩굴이 매달린 붉은 벽돌 담장 너머로 커다란 성당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서울관구의 수도원성당이다.
수도원 경내는 아담하고 깔끔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아담한 규모의 옛 성당 건물이 보인다.
오른편에는 그보다 크고 현대적인 모습의 수도원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수도원성당 오른편에는 옛 성당과 같은 모양의 바오로교육관이 들어서 있는데,수도원성당이 명동성당의 제단 뒷면을 향해 중심축을 잡고 옛 성당과 교육관은 날개처럼 배치돼 있다.
명동성당보다 드러나지 않는 절제와 일치가 절묘하다.
옛 성당 왼편,널따란 잔디정원 너머에는 수녀가 되는 과정에 있는 이들의 강의실과 숙소,시청각실 등이 있는 7층짜리 건물과 담쟁이덩굴이 외벽을 빽빽하게 덮고 있는 3층 건물이 ㄱ자 모양으로 붙어 있다.
수도원성당의 1층은 관구 사무실,2층은 성당,지하층은 수녀들의 숙소다.
담당 수녀의 안내에 따라 1층 접견실에서 잠시 기다리자 관구장 김영희 수녀(60·젬마루시)가 환한 미소를 띤 채 들어온다.
수녀회에 관한 설명자료 및 1988년에 펴낸 100년사와 화보집 등 두툼한 책자까지 준비했다.
1696년 프랑스 남부의 러베빌라셔날이라는 작은 성당의 루이 쇼베 신부가 창설한 샬트르수녀회는 1888년 한국에 들어온 국내 최초의 수도단체다.
전 세계 34개국에 4000여명의 회원(수녀)이 있고 한국에는 서울·대구 관구를 합쳐 1100명가량의 수녀들이 기도와 헌신의 삶을 살고 있다.
"서울관구에만 519명의 수녀가 있는데 제가 입회했던 1970년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요.
그땐 한 해 30명가량 들어왔으나 올해에는 지원자가 10명뿐입니다.
예전에는 30명 가운데 양성단계를 거쳐 종신서원을 한 사람이 12명뿐이었지만 지금은 10여명 가운데 8~9명이 종신서원을 하니 실질적으로 많이 준 것은 아닌 셈입니다."
서울관구의 전체 회원 가운데 명동 본원에서 생활하는 수녀는 150여명이다.
수도원성당 뒤편의 '베타니아의 집'에는 은퇴한 할머니 수녀 25명이 살고 있고 120여명의 수녀들은 일과시간이면 각자 맡은 일을 하며 생활한다.
또 나머지 수녀들은 명동 본원 외에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지역 103개 분원에서 생활하며 성당이나 교육기관,병원,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한다.
중국 러시아 터키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 등에도 21명의 수녀가 파견돼 있다.
"샬트르수녀회는 어린이 교육과 병자를 돌보기 위해 처음 생겼는데,그 시대의 필요에 따라 어떻게 봉사할 것인지를 정하게 됩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 처음 창설됐을 때에는 문자교육이 대단히 중요했어요.
요즘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당시에는 글자를 알면 삶이 달라졌으니까요.
지금도 우리 수녀회는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샬트르수녀회 서울관구가 하는 일은 실로 방대하다.
66개 성당에서 139명의 수녀들이 선교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다.
직접 운영하는 교육기관만 해도 유치원 17곳을 비롯해 계성초등학교,계성여고,논산 쎈뽈여중·고 등 수두룩하다.
서울 제기동의 성바오로병원과 여의도 성모병원,대전 성모병원 등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병원과 다른 종합병원 원목실에서 육체적 질병과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며 환자들을 돌보는 모습은 그리스도의 향기 그 자체다.
뿐만 아니라 보육원,소년의 집,요양원,쪽방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수녀들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또 서울관구에서 삼일로 쪽으로 문을 낸 전례예술원에는 도예공방과 제의제작실,디자인연구실이 있어 각종 성물과 공예품,제의 등을 만든다.
"사도 바오로는 복음을 모르는 이들과 가난한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천막 짓는 일로 생계비를 벌어 썼던 분입니다.
샬트르 수녀들은 사도 바오로처럼 열심히,열렬히 봉사하는 자세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온전히 부응하도록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 수녀들의 삶이니까요."
김 관구장은 1971년 수녀원에 들어와 1979년 종신서원을 했고 지난해 9월 5년 임기의 관구장에 임명됐다.
평생을 잿빛 수도복만 입고 사는 게 지겹지는 않을까.
그러나 김 관구장은 "성경 시편에 '와서 보라.그분이 얼마나 좋은지 보고 맛들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수도생활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맛이 있고 감사하게 느껴진다"면서 "어려움은 있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샬트르 수녀들은 겨울옷 두 벌,여름옷 두 벌로 생활한다.
몇 만원의 용돈을 타서 쓰지만 사용내역을 매달 보고해야 한다.
일을 해서 번 돈은 모두 공동체 소유다.
김 관구장은 "의복이나 용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가난하고 단순하게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오후 5시.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던 수녀들이 수도원성당에 모여든다.
아침·저녁으로 50분씩 드리는 성체조배 시간.성당에는 숨소리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침묵이 흐를 뿐이지만 수도자들은 하느님 안에 더 오래,더 깊이 머물 수 있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래서 침묵은 위대한 것이 아닐까.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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