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이틀동안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를 앞두고 배포된 자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는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시장개방과 자유화정책'을 제시했다.
개방과 자유화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번영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에 좀더 개방적이고 자유화의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학술대회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경제학자들은 김중수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박영철·좌승희 서울대 교수,손병해 경북대 교수 등이다.
◆ 자유화정책이 촉매 역할 맡아야
김중수 교수는 "자유화의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것은 우리 사회 지식집단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이 △수출 주도형 성장전략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이은 자유화 정책의 핵심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유화정책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동북아경제중심'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으나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대안으로 "선진 7개국 모임(G7)이 G10으로 새로이 형성되는 데 우리나라가 그 회원국이 돼 세계질서 구축에 능동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에 상응하는 자유화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FTA와 같은 자유화정책이 경제구조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에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기업 규제 자유화해야
좌승희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자유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영역을 넓히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균형정책은 발전의 집적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기업의 외형 성장을 막아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것 보다는 잘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987년 이후 지역균형발전이 경제개혁의 화두가 됐다"며 "그러나 서울 이외의 모든 지역을 균형있게 키우다 보면 지역의 거점화가 이뤄지지 못해 대한민국에 살 만한 곳은 서울 강남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 아시아적 가치 주장도
손병해 경북대 교수는 "유교문화적 공통분모를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적용할 경우 경제적 효율성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의 취약점도 보완하고 세계체제의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색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세계화와 동시에 전개되고 있는 지역주의 추세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면 동아시아 역시 지역적 특수성에 기초를 둔 지역통합의 문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철 교수는 "통화신용 정책과 물가안정목표제의 효과는 주로 부동산 시장과 외환시장을 통해 전달되는데 이들 시장은 투기성이 강하고 비교역적이기 때문에 정책 운용에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개방경제에서 통화신용정책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는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은 상당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올린다면 물가도 못 잡고,부동산 시장에 주는 효과도 얼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최측인 정운찬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시장개방의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실의 정부 정책이 획일적인 사고와 성급한 이론 적용의 희생제물이 되곤 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