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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시한폭탄 '복수노조'] (下) 선진국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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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 노조가 시행되는 선진국에서는 노·노 갈등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들이 많다.

    여러 개 노조가 난립하다 보면 자체 생존을 위해 조합원 확보에 열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측을 상대로 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툼이 벌어지기 일쑤다.

    노조측의 과도한 요구와 선명성 경쟁 탓에 견실한 기업조차 골병 들기 쉽다.


    미국의 팬암항공은 여러 노조가 어려워지는 경영난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제몫만 챙기려다 망한 대표적인 회사다.

    1927년 창립된 이 회사는 보잉 747기를 처음 운항하고 세계일주 노선도 업계 최초로 구축하는 등 항공업계를 선도했다.

    이 같은 우량 회사가 경영난에 직면한 것은 조종사 승무원 정비직 일반직 사무직 등 5개 직종별 노조가 나눠 먹기식 노동운동을 펼친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사측은 노조 숫자에 맞춰 단체 협상도 5개 테이블에서 가져야 했다.

    이에 따른 협상 비용도 적지 않았다.

    노조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돼 1980년대 후반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5개 노조는 노조원들의 고용 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연금 확보 등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노조 간 경쟁 의식이 심하다 보니 다른 노조가 강경 노선을 걷는데 혼자 온건 노선으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팬암항공은 자산 매각 등 자구 노력에도 불구,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1991년 끝내 파산했다.

    영국 최대의 자동차회사였던 브리티시 레이랜드(BL) 역시 노·노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종업원 20만명에 영국 내 시장점유율 35%에 달했다.

    세계적 브랜드로 명성을 날렸던 오스틴 모리스 재규어 트라이엄프 등이 모두 이 회사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가장 큰 취약점은 노조가 많다는 점이었다.

    1967년 로버자동차를 인수·합병(M&A)하면서 세계 6위의 자동차회사로 올라선 BL에는 무려 17개 노조가 난립했다.

    노·노 갈등이 끊이질 않았고 거의 매년 되풀이된 노사 분규의 99%가 노·노 분쟁에서 비롯됐다.

    경영은 갈수록 나빠졌지만 노조들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회사측과 협력적 관계를 맺으려는 곳도 없었다.

    다른 노조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 등을 요구할 경우 산하 노조원이 이탈하는 등 조직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회사는 노사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1992년 도산했다.

    영국이 자동차 강국에서 완전히 탈락하는 순간이었다.

    8개의 노조가 있는 일본항공(JAL)은 올해 단체 협상에서 노조원이 가장 많은 노조가 10% 임금 삭감에 동의했으나 나머지 7개 노조가 반발하는 바람에 갈등을 겪기도 했다.

    반대로 복수노조 체제에서 위기에 몰렸다가 여러 개 노조가 하나로 통합해 기업이 회생한 경우도 있다.

    일본 제네랄 석유정제는 1970년대 심한 노·노 갈등을 겪었다.

    이 회사 노조는 1965년 설립되자마자 분열됐다.

    1970년에는 100일간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운동 노선을 둘러싸고 대립했다.

    상대편 계파 노조원들에 대한 상호집단 린치가 이어졌다. 작업장에서 마주쳐도 서로 말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노·노 갈등이 노사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생산성은 한없이 추락했다.

    경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노조원들 사이에 '이대로 가다간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결국 여러 개 노조 지도부가 단일화를 결의,1978년 하나의 노조로 통합했다.

    단일 노조는 회사측과 화해 협정을 체결하고 노사 안정을 되찾았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복수 노조는 노·노 간 선명성 경쟁 등을 촉발하기 때문에 노사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며 "노동 운동이 성숙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복수 노조를 시행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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