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조합원 확보를 위한 세력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새 노조 설립에 앞장 설 '침투 요원' 양성에 나서는가 하면 한때 강경 투쟁을 벌이다가 온건합리주의 노선을 택한 대기업 노조와 접촉하며 새 강경노조 건설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가뜩이나 산별 노조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 회사 내 여러 노조 간 선명성 경쟁이 벌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자칫 붕괴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대비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노조의 산별 전환을 이끌어낸 민주노총은 복수 노조를 결성할 침투조 교육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 내 진보 세력이 중심이 된 침투조 교육은 운동권 출신과 강성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미 복수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2007년 새해가 밝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H기업 노무담당 임원은 "민주노총 내 강경파들이 노조가 없는 기업이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한 삼성 포스코 등을 집중 타깃으로 삼아 침투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표적 무노조 기업인 삼성에는 양대 노총이 서로 깃발을 꽂으려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또 파업을 일삼다가 온건합리주의 노선으로 돌아선 현대중공업 KT GS칼텍스 두산중공업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 등에도 새로운 강성 노조를 심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들이긴 하지만 투쟁적인 노조를 별도로 만들어 파업 강도를 한층 더 높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KT 관계자는 "KT 노조 내 강경파와 민주노총 내 이념 조직이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수 노조가 시행되면 두 개 이상의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조직력에서 민주노총에 다소 뒤지는 한국노총은 이용득 위원장이 세력 확보전에 직접 뛰어든 상태다.

이 위원장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 노조를 직접 방문해 상급 단체를 한국노총으로 할 것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9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한 뒤 아직 상급 단체를 두지 않고 있다.

현대중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의 정서가 한국노총을 선택할 정도로 바뀌지는 않았다"며 "내년에 강경파에서 노조를 만든다면 상급 단체를 두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으냐"고 여운을 남겼다.

한국노총은 GS칼텍스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KT 등에도 손길을 뻗을 계획이다.

이 곳에 한국노총 계열 강성 노조가 신설된다면 기존 노조의 포섭이 쉬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또 매년 파업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 S&T에도 합리적 노선을 추구하는 복수 노조를 만들 생각이다.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본부장은 "복수노조 시대가 되면 현재 대부분 민주노총 계열인 민간 대기업 노조의 40% 정도를 한국노총으로 끌어올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상급 단체의 세력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재계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 노조들이 산별로 전환한 데다 복수 노조까지 허용될 경우 우리 경제는 헤어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복수 노조가 시행될 예정인 데다 대기업 노조의 산별 전환이 많아 노동 현장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워낙 노동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손실이 빚어질지 계산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