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해마다 경제운용의 중점을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고 공언해 왔다.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취임 일성도 '일자리 창출'이었다.

참여정부가 강조해 온 양극화 해소를 통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정부가 밝혀온 일자리 창출 계획의 상당수가 말만 요란할 뿐 실천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구호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일자리 창출 계획의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공무원이 자신들이 만든 대책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정부가 실행 중인 일자리 창출 대책도 자세히 뜯어보면 중복과 비효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정책의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은 두 배,고용지표는 여전

참여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부실하다는 것은 각종 고용관련 지표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실업률은 2002년에는 3.3%였으나 참여정부 출범 1년차인 2003년 3.6%로 높아졌고,이후 3.7% 수준에서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취업자수(일자리) 증가율 역시 2003년에는 -0.1%를 기록한 뒤 이듬해에는 1.9%로 회복됐으나 이후 1.3%로 다시 떨어졌다.

때문에 실업률보다 고용시장 여건을 보다 잘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고용률(취업자/경제활동인구) 역시 2002년에는 60.0%였으나 이후 50%대로 떨어진 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면 참여정부 출범 후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은 계속 증가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의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은 2003년에 8044억원이었으나 △2004년 1조1365억원 △2005년 1조2775억원 △2006년 1조5463억원 등으로 늘었다.

불과 3년 만에 두 배 정도로 불어난 셈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고용여건 측면에서 볼 때 참여정부 출범 후 개선된 게 거의 없다"며 "경기회복기가 갈수록 짧아지고,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고용여건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별 대책 중복 심각

전문가들은 고용여건 개선이 더딘 것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정책대응 실패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당수의 일자리 창출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 뿐 아니라,그나마 집행되고 있는 정책들도 중복과 혼선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을 보면 방향은 제대로 설정했지만 각종 정책들의 중복과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고령자 관련 일자리 대책 중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 일자리 지원대책'과 노동부가 제시한 '고령자 인재은행 지원 사업'이 중복사업의 대표적 사례다.

청년실업 대책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청의 '대학생 중기 체험활동'과 산업자원부의 '이공계 출신 미취업자 현장연수',노동부의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 등도 유사한 업무여서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의 비효율적 운용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험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 대책 중 고용보조금 정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약한데 한국은 이 부문에 예산이 너무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기획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 중 58.6%(2005년 기준)가 고용보조금 부문에 쓰이고 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전체 일자리 창출 예산 중 고용보조금에 쓰이는 비중은 24.4%(2001년)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 위원은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 항목별 투자 우선순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