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죤의 액체세제 '액츠'의 성공은 히트상품으로 가는 길에 브랜드 네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피죤 마케팅기획팀 회의실.갓 개발을 끝낸 액체 세탁세제의 '작명'을 놓고 2박3일간의 마라톤 회의가 벌어졌다.

마케팅기획팀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액체 세제의 우수한 세탁력을 부각시킬까'하는 것이었다.

액체 세탁세제에 대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액체로 된 세제는 세탁력이 약할 것 같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브랜드 매니저 정의천씨(31)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강하다는 느낌을 주려면 음절수는 최대한 짧으면서 거센 소리로 끝나는 단어를 써야 합니다." 팀원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때팍''빨래강타''리키' 등의 제안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 '액체 세제'라는 이미지는 느껴지지 않았다.

목적은 분명했지만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경상도 출신인 노진택 대리(32)가 입을 열었다.

"액츠(액체) 세제는 물에 술술 잘 풀린다 아입니까.

그래서요…." "잠깐!" 노 대리가 뭔가 제안을 내려는데 최승훈 마케팅기획팀장(36)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이를 가로막았다.

"노 대리 방금 뭐라고 했지?"(최 팀장) "물에 술술 잘 풀린다꼬요."(노 대리) "아니 그거 말고 그 앞에."(최 팀장)

경상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는 노 대리가 '액체,액체'라고 말하는 소리가 다른 이들에겐 꼭 '액츠'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 것.최 팀장과 팀원들은 '액츠'라는 단어가 액체를 연상시키면서 강력하다고 느끼게 하는 브랜드명으로 '딱'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신제품의 이름은 '액츠(Act'z)'로 결정됐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액츠는 출시 첫 달 10억원의 매출을 단숨에 올린데 이어,올 7월까지 만 1년간 300억원어치가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경쟁사들이 바로 쫓아왔다.

애경이 올초 '쿨워시'를 출시한 데 이어 생활용품 대기업들도 액체세제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발 제품의 출현에도 피죤은 느긋하다.

'액츠'라는 이름 덕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