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 거취를 둘러싼 당청 간 힘 겨루기에서 열린우리당이 일단 판정승을 거뒀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앞세워 노무현 대통령을 압박,결국 자진사퇴라는 '전과'를 올렸다.

2주 전 당의 반발을 잠재우면서 김 부총리 임명을 강행할 때만 해도 노 대통령에게 있던 주도권이 당으로 넘어간 것이다.

거꾸로 노 대통령은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은 내친김에 노 대통령 측근으로 법무장관 후보로 올라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기용을 막아 당 우위를 확고히 밀고갈 태세다.

지난달 28일 문 전 수석 임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데 이어 김근태 의장까지 나서 "국민들이 적당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이 흔들린다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의 레임덕 차원이 아니고 마무리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참으로 국정이 표류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권이 최대한 존중되는 인식과 정치권의 시각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가) 1년반 남은 시점에서는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로 국정 마무리를 위해,국정 누수 최소화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그만큼 더 중요한 국정운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전 수석의 법무장관 기용 가능성에 대한 여당 내 부정적 의견에 대해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지만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그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인사를 함에 있어 능력 있고 인품이 훌륭하면 그 이상의 자질이 있나"라고 반박했다.

인사문제를 놓고 당청이 또다시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여당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책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여당은 재산세 인하에 이어 거래세 추가 인하도 관철시켰다.

대통령자문위원회 통폐합 등 청와대를 겨냥한 대대적인 칼질도 예고했다.

심지어는 현 정부 재벌정책의 후퇴로 비쳐질 수 있는 출자총액제 조기 폐지와 대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도 약속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청와대와의 정책 차별화에 적극 나선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사안들이다.

여당이 노 대통령과의 결별까지 각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내에서는 "이별연습을 해야 할 때"라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여당의 '홀로서기'는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여당은 모든 초점을 대선에 맞추고 있다.

이런 행보는 때마다 요동치는 민심을 따라가기보다 기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양극화 해소와 FTA 등 임기 후 업적으로 기록될 만한 중장기 과제에 힘을 쏟고 있는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대선 때마다 되풀이됐던 여당의 대통령 공격을 통한 차별화가 이번에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드냐에 따라 정국이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