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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열정과 냉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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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에서도 열정(passion)이란 말이 유행이다. '열정적인 경영자''열정이 넘치는 조직' 심지어 '열정팀'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열정은 감성적인 용어에 불과하다.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다"는 경영의 기본 명제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분명한 것은 열정적인 개인이 성공하고, 열정적인 회사가 성과를 낸다는 점이다. 승부욕에 불타고 일에 미치는 구성원들이 많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회사를 압도하게 돼있다.

    사실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이렇게 비(非)이성적인 요소인 경우가 적지 않다. 경영자의 직관이나 통찰력,용기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1974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세계 어떤 업체들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이성적으로 계산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용감하게' 투자를 결정했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사실 기업의 대규모 투자야말로 '계산'으로는 안되는 분야다. 미래를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능성만을 갖고 덤벼드는 것이 본질이어서 결국 감(感),용기 등의 함수일 뿐이다. 남들은 고개를 가로저어도 자기가 볼 때는 장사가 되고 이익이 날 것이라고 믿고 용기를 부리는 기업가들의 이런 직감을 경제학자 케인스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라고 불렀다.

    몇주 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인들에게 '야성적 충동'을 주문한 것은 기업인들의 모험적인 투자 없이는 우리 경제가 고개를 들기 어렵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돌아다니는 부동자금이 지난 5월 기준 523조원이 넘는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투자가 안되는 것은 야성적 충동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 탓이라는 것. 기업들을 옭아매는 규제는 그대로인 데다 반기업정서가 팽배해있고 적대적인 노사관계는 기업활동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야성적 충동이 사라진 데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성과주의와 실적주의가 잘못 적용되고 있는 세태가 문제다. 수익성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기준이 지나치게 단기적이다.

    매년 흑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10년 앞을 보고 장기 투자를 감행하는 전문경영인은 점점 줄어가고 있다. 당장 시작 첫 해부터 흑자를 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새 사업을 벌이는 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실적이 진급이나 성과급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도전적인 목표를 잡는 이들은 '바보' 소리를 듣는다. 만만한 목표를 만들어 '초과달성'하고 성과급을 매년 챙기는 편법까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보고서 '미국 혁신(Innovate America!)'은 혁신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단기 성과에 대한 가혹한 압박(relentless pressure for short-term results)'을 꼽고 있다.

    혹시 우리 회사는 야성적 충동에 냉정하게 재갈을 물리고 있는 건 아닌지,그러면서 모두들 열정적이 되라고 공염불을 외고 있는 건 아닌지…. 경영자부터 반성해볼 일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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