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카스트로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카스트로의 와병이 '일시 유고'에 그친다 해도 47년에 걸친 쿠바의 1인 통치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일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트로가 건강 문제로 권좌에서 물러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체제가 생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쿠바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후계자인) 라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접촉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피델 카스트로 공산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는 라울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쿠바의 민주적 정권이양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현재 미 해안경비대는 쿠바인의 대규모 해상 탈출 가능성에 대비,비상 경계 태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정부는 그동안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2003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공동의장을 맡으며 발족한 '자유쿠바 지원을 위한 미국위원회(USAFC)'가 그 핵심이다.

이 단체는 쿠바 정부가 민주적 정부로 전환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07∼2008년 7000만달러를 지원키로 한 데 이어 최근엔 8000만달러를 추가 지원키로 결정했다.

한편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쿠바 국영TV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건강이 양호한 상태이며 기분도 좋다고 밝혔다.

이어 "쿠바 인민들이 더욱 투쟁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쿠바인들이 평정심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그러나 "미국의 위협 때문에 나의 건강이 국가 기밀로 다뤄져야 하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만을 꾸며낼 수는 없다"고 말해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