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크 록의 대부 한대수씨가 앨범 '무한대'를 들고 나왔을 때 '무한'이라는 단어는 '끝 없는 자유(때로는 '불온')'로 해석됐다.

그 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은 이 단어를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무한' '자유' '창의'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옷가게 '언리미트(unlimit·무한)'를 열고 이른바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 의류를 선보이고 있는 서정은씨(21)도 그런 젊은이 중 하나다.

스트리트 패션이란 말 그대로 자유로운 길거리 패션이다.

기본은 면티와 청바지 스니커즈(운동화의 일종)이지만 딱히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서씨에 따르면 '정해진 틀에 따르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도록 자연스럽게 입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입는다 해도 나름대로의 코드가 있다.

힙합 스타일에 뿌리를 둔 스트리트 패션은 일반 캐주얼과는 다르다.

그 미묘한 코드를 찾아다니는 수많은 젊은이들 덕분에 스트리트 패션의 가치는 점점 높아진다.

서씨는 영리하게 그 같은 속성을 간파했다.

그가 스트리트 패션을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는 틈새시장인 데다 마니아적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 덕에 꽤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언리미트 티셔츠는 4만원,바지는 7만~8만원에 팔고 있다"며 "나이키SB나 슈프림 등의 브랜드 제품은 10만원이 넘는 티셔츠도 한정판매본이 나오면 사려고 줄을 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 브랜드의 한정판매본은 순수한 수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리미트' 온라인 쇼핑몰(ultkorea.com)과 10평 남짓한 오프라인 옷가게를 통해 월 30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순익은 월 1000만원에 달한다.

여타 온라인 쇼핑몰 20여 군데에도 납품하고 있다.

'자유로움'의 브랜드화에 성공해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영리한 신세대인 그도 헝그리정신만큼은 예전 세대 못지 않다.

서씨는 고3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가 이 사람 저 사람을 붙잡고 노하우를 물어보며 꼬박 3개월을 지냈다.

원단 구하는 법부터 공정과정,판매과정까지 모두 낯선 사람들에게 배웠다.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한 것이다.

처음 시도해 보는 장사라 시련도 겪었다.

작년 겨울 쇼핑몰을 론칭하고 나서는 곧바로 유통업체의 부도로 1000만원 상당의 물건값을 떼이는 일을 당했다.

그는 "유통업체 상태를 제대로 살펴 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며 "브랜드 론칭 초기라 충격이 더 커 몇 달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를 고용해 면티의 무늬와 색상 등을 선택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넘겨받은 제품을 판매하며 단골관리까지 하는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다.

지난 5월 오프라인 가게를 연 이후 직원 3명과 매장관리도 하고 있다.

눈코뜰새 없이 바빠 학교도 자주 휴학했다.

04학번이지만 2년 여 동안 실제로 두 학기만 수업에 참여했다.

그래서 대학 동기들과 사이가 좀 서먹서먹해진 것이 아쉽단다.

그는 아예 전공을 디자인에서 경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은 경영자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는 "단기 목표는 언리미트의 백화점 입점이지만 최종 목표는 언리미트를 세계적인 메이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라며 "교과서에 남을 정도로 성공한 CEO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이재욱 인턴기자(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