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 있는 원삼농협 2층 여성농업인센터.지난 7월28일 오후 3시 초등학교 5~6학년 학생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방학 중인 학생들이 농협에 오는 이유는 매일 오후 이곳에서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와 플루트 단소 등 악기 연주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과목당 수강료는 일반 학원의 3분의 1에 불과한 월 4만원.그러나 시골 농협이 저렴한 수강료를 받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강의 수준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날 수업에 앞서 만난 오수정양(12)은 "예전에 다니던 영어학원보다 농협에서 하는 수업이 훨씬 더 재미있다"며 "선생님이 매우 꼼꼼하고 성의 있게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원삼농협은 2002년부터 원래 대회의실이던 130평 규모의 청사 2층을 개조,강의실을 마련하고 문화·복지사업을 제공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원삼농협이 특히 정성을 쏟는 부분은 교육 분야다.

이강수 원삼농협 조합장은 "농촌 발전을 위해서는 농업기술 개량이나 소득 증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이를 키울 만한 농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강의는 테솔(TESOL·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 강사가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A~D반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4년째 이곳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차혜선씨(35)는 "단기적인 효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계획 하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2~3년 이상 함께한 아이들은 이제 대화의 60~70%를 영어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현재 만 4~6세 아동 37명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도 대기 인원이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만 4세 종일반의 보육료가 25만원으로 사설 보육기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어린이집 급식 재료로는 용인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유기농 농작물만 사용된다.

이로 인한 추가비용 부담이 연 2200만원에 이르지만 원삼농협이 이를 전액 충당한다.

원삼농협의 주미숙 여성복지과장은 "비용 부담이 다소 생기더라도 모든 것을 서울 강남 수준에 맞추라는 것이 조합장의 지시였다"고 전했다.

주부들을 위한 강좌도 있다.

방과 후 교실과 어린이집 덕택에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주부들은 농한기 때면 디지털카메라 제과·제빵 등 다양한 취미생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강사비는 시·도 지자체의 전문강사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농협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열었던 사진교실의 경우 용인시의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돼 4주 과정의 수강료가 9000원에 불과했다.

이강수 조합장은 "내년에는 시설을 확장하고 치매 예방과 간병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제공해 농촌지역의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밝혔다.

용인=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