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은 다양화 노조는 동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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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京俊 < 딜로이트 투쉬 파트너 >
손바닥 두 개로 가릴 수 있는 얼굴이지만 지구상 수십억 인구 중 생김새가 똑같은 사람은 없다. 현존하는 수많은 기업의 존재양식과 비용구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단어의 원래 뜻처럼 서로 비슷해 보일 뿐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것이다.
실제로 동일 업종의 기업일지라도 고객기반과 제품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용구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화장품이라도 소위 명품급과 동네 슈퍼용은 고객기반과 유통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차별화된 비용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치약도 한 가지만 팔리다가 죽염치약, 비타민 치약, 잇몸치료용 치약 등 종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기업별 비용구조도 제품구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기업별 비용구조의 차이는 시장이 글로벌 차원으로 넓어지면서 고객이 다양화되고 제품이 복잡해짐에 따라 더욱 커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별 기업의 성과는 업종경기의 등락보다도 기업 독자적인 경영전략과 기술개발에 영향받는 정도가 더욱 커진다. 전근대적인 천수답(天水畓) 농사에서는 하늘에서 결정하는 날씨에 따라 비슷한 결과를 낳지만, 농업근대화 시대에는 관개시설과 농업기술에 따른 성과 차이가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개별 기업의 비용구조 특성이 커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기업 외적인 요인으로 비용구조 변화를 제약받게 되면 경영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환경변화 적응력이 감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노동공급 비용의 결정에 있어 시장변화에 맞추어 기업 각자의 특성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변화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게 한다.
우리나라 모방(毛紡)산업이 성장산업이던 시절 인접 지역의 모방회사 노동조합들이 연대해 기업측에 공동교섭을 요구했고, 협상 끝에 기업들은 이를 수용했다.
호황기에 동질적인 시장에서 단순한 제품으로 경쟁하던 시절에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중국산 저가제품과 경쟁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각자 다른 비용구조를 가진 여러 개의 기업이 동일한 잣대로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구조에서는 개별기업이 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공통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려웠다.
기업들 입장에서 내부적 협상비용의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외부적 시장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서 비용 구조가 취약한 순서대로 기업들은 문을 닫았고,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고 평가되는 기업도 사업재편의 시기를 놓치면서 공멸(共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모방산업은 재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쇠퇴했지만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과 같은 산업들은 성장을 지속해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단계까지 왔다. 이는 우리기업들의 고객분포가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원재료 조달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도 글로벌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일본 야마하 모터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오토바이가 일본에서 설계되고 동남아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브라질에서 조립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형은 이제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직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경쟁범위가 넓어지고 경쟁구조가 복잡해지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특히 지식경제시대의 기업경쟁력 확보에서 토지,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보다 브랜드, 기술로 대표되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은 기업간 비용구조 격차가 더욱 증폭될 것임을 의미한다.
일찍이 산별노조가 발달한 서구 선진국에서도 단위사업장별 노조 전환의 흐름이 생겨나는 것은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상호 논리적인 대화와 합리적인 타협보다는 일방적 자기 주장과 무분별한 투쟁에 멍들어 왔다. 금번 산별노조 전환의 흐름이 이러한 부정적 측면과 맞물린다면 기업경쟁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산별노조가 우리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요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손바닥 두 개로 가릴 수 있는 얼굴이지만 지구상 수십억 인구 중 생김새가 똑같은 사람은 없다. 현존하는 수많은 기업의 존재양식과 비용구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단어의 원래 뜻처럼 서로 비슷해 보일 뿐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것이다.
실제로 동일 업종의 기업일지라도 고객기반과 제품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용구조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같은 화장품이라도 소위 명품급과 동네 슈퍼용은 고객기반과 유통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차별화된 비용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치약도 한 가지만 팔리다가 죽염치약, 비타민 치약, 잇몸치료용 치약 등 종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기업별 비용구조도 제품구성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게 된다.
이러한 기업별 비용구조의 차이는 시장이 글로벌 차원으로 넓어지면서 고객이 다양화되고 제품이 복잡해짐에 따라 더욱 커지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별 기업의 성과는 업종경기의 등락보다도 기업 독자적인 경영전략과 기술개발에 영향받는 정도가 더욱 커진다. 전근대적인 천수답(天水畓) 농사에서는 하늘에서 결정하는 날씨에 따라 비슷한 결과를 낳지만, 농업근대화 시대에는 관개시설과 농업기술에 따른 성과 차이가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개별 기업의 비용구조 특성이 커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기업 외적인 요인으로 비용구조 변화를 제약받게 되면 경영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환경변화 적응력이 감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노동공급 비용의 결정에 있어 시장변화에 맞추어 기업 각자의 특성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것을 어렵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변화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게 한다.
우리나라 모방(毛紡)산업이 성장산업이던 시절 인접 지역의 모방회사 노동조합들이 연대해 기업측에 공동교섭을 요구했고, 협상 끝에 기업들은 이를 수용했다.
호황기에 동질적인 시장에서 단순한 제품으로 경쟁하던 시절에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중국산 저가제품과 경쟁하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각자 다른 비용구조를 가진 여러 개의 기업이 동일한 잣대로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구조에서는 개별기업이 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반영해 공통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려웠다.
기업들 입장에서 내부적 협상비용의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외부적 시장변화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서 비용 구조가 취약한 순서대로 기업들은 문을 닫았고, 활로를 찾을 수 있었다고 평가되는 기업도 사업재편의 시기를 놓치면서 공멸(共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모방산업은 재도약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쇠퇴했지만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과 같은 산업들은 성장을 지속해 이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단계까지 왔다. 이는 우리기업들의 고객분포가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원재료 조달에서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도 글로벌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일본 야마하 모터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오토바이가 일본에서 설계되고 동남아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브라질에서 조립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형은 이제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들도 직면하고 있는 보편적인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경쟁범위가 넓어지고 경쟁구조가 복잡해지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특히 지식경제시대의 기업경쟁력 확보에서 토지, 설비와 같은 유형자산보다 브랜드, 기술로 대표되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은 기업간 비용구조 격차가 더욱 증폭될 것임을 의미한다.
일찍이 산별노조가 발달한 서구 선진국에서도 단위사업장별 노조 전환의 흐름이 생겨나는 것은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상호 논리적인 대화와 합리적인 타협보다는 일방적 자기 주장과 무분별한 투쟁에 멍들어 왔다. 금번 산별노조 전환의 흐름이 이러한 부정적 측면과 맞물린다면 기업경쟁력의 약화는 불가피하다. 산별노조가 우리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요인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