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의 선(先)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6개국 외교 장관 회담과 남북 회담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비타협적 성향을 국제 사회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미국은 28일 대안으로 6자 회담 5개 성원국에다 말레이시아 캐나다 호주 인도네시아 뉴질랜드를 포함시켜 10개국 회동을 개최했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 후 10자 회동에 가장 늦게 도착한 리자오싱 중국 외교 부장은 "북한을 설득했으나 불행히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없이 열린 10자 회동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추가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게 국제 사회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한편 6자 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외교 노력을 모으는 두 갈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으며 참가국 모두 공감을 표시했다고 회동 참가자가 전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외교 장관은 대화 복원에 역점을 둔 반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유엔 대북 결의안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 나라마다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이 회동은 6자 회담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브레인스토밍 세션"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6자 회담을 재개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10자 회동 자체는 6자 회담 비성원국에 발언 기회를 준 것 외에 큰 의미가 없었다.
미국은 북한에 참석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이 회동을 마련했으며 사실상 중국만이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백 외무상은 이날 ARF 오전 회의에서 "제재 모자를 쓰고는 6자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는 한편 "미사일 발사는 자위를 위한 통상적 군사훈련"이었다고 주장했다.
백 외무상은 "미국은 한·미 군사훈련을 하고 조선을 상대로 무기 배치를 하고 미사일 훈련도 하는데 그건 합법이고 우리가 하면 비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알라룸푸르=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