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과 말레이시아,캐나다,호주 외교장관들이 참석하는 '8자회동'이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다.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 중인 미국은 27일 '8자회동'을 갖자고 제안했으며 한국과 중국 등이 동의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이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북한 정성일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북한 대표단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 해제 없이는 그 어떤 경우라도 6자회담은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따라 8자회동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을 압박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북한의 참여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8자회동 방침을 정하는 등 예상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 대표단에 앞서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은 "나는 6자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왔지만 북한이 그럴 의도가 있다는 징후가 없다"며 "6자회담은 기대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를 예방한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8자회동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금시 초문이라는 듯 "8자 누구"라고 반문한 후 "그러면 그 사람들끼리 잘 하라고 해"라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백 외무상은 그러나 "사업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 잠자코 봅시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북측은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만나자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남북회담에 대해선 "추후 생각해보자"고 밝혔다.

쿠알라룸푸르=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