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로 운영 중인 사행성 게임장이 허가제로 전환되는 등 규제가 강화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7일 국회에서 고위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불법 사행성 게임장 및 성인PC방 근절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 제도는 내년 4월28일까지 유예기간을 거친 뒤 본격 시행된다.
○경품용 상품권 폐지
이번 사행성 게임 대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품용 상품권제도의 폐지다.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8월 성인오락실이 게임을 통해 손님들이 얻은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것을 막기 위해 경품용 상품권제도를 법제화했다.
그런데 이 제도를 1년도 안 돼 없애기로 한 것은 상품권제가 '전국의 도박장화'를 부추켰다는 지적 때문이다.
사행성 게임업계는 경품용 상품권을 현금으로 불법 환전해주면서 급성장했다.
당초 몇 천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게임장(아케이드 게임) 관련 제품시장은 '상품권 제도'를 통해 17조3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경품용 상품권 누적발행액도 26조7000억원에 달한다.
발급된 상품권의 98.5%가 성인오락실에서 곧바로 현금으로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품용 상품권이 몇 차례 재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통액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품권 제도가 폐지되면 사행성 게임은 상당 부분 수축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게임기 투입액이 현행 시간당 9만원에서 1만원으로 대폭 낮아지고 경품 한도가 시간당 무제한에서 2만원으로 하향 조정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대책 나와야
그러나 이번 조치는 한국이 '도박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현행 상품권 배출 기준'은 확률 분포의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어 아예 당첨이 안 되거나 하루에 몰아서 당첨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게임 횟수에 따른 보상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규제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조치가 없다.
기술적으로 거래 규모와 유통 장소를 파악할 수 있는 상품권이 폐지됨에 따라 현금거래 위주로 사행성 게임이 더욱 음성화될 수 있다.
게임기에 정보표시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각종 부정행위 기록을 살필 수 있도록 하거나 전국의 오락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중앙에서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았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정부의 사과가 없는 것도 문제다.
상품권제 도입으로 도박을 장려한 꼴이 된 문광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일언반구 반성이 없다.
정보통신부도 성인PC방에 대한 통신망 차단 및 문제ID 적발조치를 반년 이상 미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책 믿고 따른 업체 위기
정부의 정책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한 상품권 발행사와 게임기 개발사에 대한 연쇄 피해가 예상되는 점도 문제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해 손해배상 청구와 위헌소송 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경품용 상품권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리던 19개 온ㆍ오프 가맹점에 비상이 걸렸다.
인터파크,다음커머스 등 경품권 상품권을 발행하는 19개사의 협의체인 상품권발행사협의회 최병호 회장은 "폐지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상품권 사용 업소들의 상환요구가 밀려오고 있다"며 "1조원이 넘는 상품권을 발행한 상품권 사업자의 경우 8월 첫째주에 대규모 부도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욱.노경목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