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의 정계개편 논의에 여당 일각이 화답하고 나서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정계개편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에 하자"며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범여권 통합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목소리도 점차 커져가는 양상이다.

○흔들리는 여당

당내 영남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혁규 의원은 27일 "4전4패,우리는 또 국민의 마음을 열지 못했다"면서 "당 내외에서 거론됐던 대통합론을 비롯한 모든 논의에 대해 어떤 터부나 선입견 없이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정치권 새틀짜기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갈수록 첩첩산중인 어려움을 어찌 푸나'하고 고민했지만 솔직히 '단방약' 처방은 생각나지 않았다"면서 "방법은 우리 스스로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가동하는 것 뿐이며 각각의 입장이나 유·불리를 떠나 큰 틀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정치적 낯가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인 이석현 의원도 "대선정국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모든 정당과 정파,특히 탄핵세력까지 포함하는 평화개혁세력들이 연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단 선거패배로 크게 동요하고 있는 호남과 수도권 일부 의원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의 여당간판을 갖고 내년 대선에 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감을 표했다.

청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 대통령과 선을 긋고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장선 우제창 노웅래 양형일 의원 등 의원 39명은 이날 공동 입장발표를 통해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질책과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되며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깊은 성찰과 고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흔들기 나선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 당선을 계기로 정계개편에 가속도를 붙인다는 방침이다.

한화갑 대표는 "12척의 전함으로 새로운 정치의 틀을 짜겠다"며 "정치권 안팎의 인물과 접촉을 강화하고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 불가,분당세력 통합 불가,헤쳐모여식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의 3대 원칙을 제시한 상태다.

핵심 관계자는 "3원칙에 따라 노 대통령과 함께할 수 없다는 여당 내 중진그룹,수도권과 호남의원들을 두루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민주당측은 열린우리당 호남 출신 일부 의원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창·강동균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