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로 성장한 천둥은 어릴 때 각설탕을 주던 옛 주인 시은(임수정)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 시은이 탄 택시를 쫓아 도심을 질주한다.

일등기수가 되고픈 시은의 마음을 헤아린 천둥은 목숨을 건 레이스를 스스로 선택하는데….

이환경 감독의 '각설탕'은 최고의 기수를 꿈꾸는 여자와 그녀를 위해 달리고 싶은 말에 관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동물과 인간의 소통과정이 잘 묘사돼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역동적인 경마 레이스신 등 영상미도 탁월하다.

이 영화의 핵심은 천둥의 시선으로 시은을 바라보는 장면들이다.

이야기는 주로 시은의 시점으로 전개되다가 몇 차례 고비에서 천둥의 시점으로 옮겨진다. 이것이 관객의 감정을 고조시킨다.

인간의 자만심에 경종을 울리고 반성을 촉구하기 때문이다.

말이 사람보다 먼저 옛 인연을 기억해 내고,위중한 병세에도 주인을 위해 레이스에 나서길 고집하는 것이다.

천둥이 폐병수술을 앞두고 마구간을 뛰쳐나와 경주로에 나서 출전의사를 시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동물의 의지가 이처럼 강력하게 묘사된 영화는 흔치 않다.

말의 1인칭 시점을 담은 장면의 분량도 적절하다.

너무 많았더라면 드라마가 진지함을 잃고 리얼리티도 훼손됐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말의 건강을 중요시 하는 시은과 말보다 돈을 앞세우는 정반대 그룹 간의 갈등이 뚜렷하게 대비돼 있다.

물론 현실 세상의 냉혹한 법칙에 따라 경마세계의 주류는 후자다.

그러나 말을 보호하는 것이 우승이나 돈과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이 영화는 아주 영리하게 전달한다.

시은과 천둥이 우승한 뒤 연결되는 장면은 마주(자본가)의 환호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마주의 환호 장면에서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시은역 임수정은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 출연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한다.

짧은 커트머리로 중성적인 매력까지 곁들이며 배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랐음에도 감정을 예열시키는 도입부와 발단부가 다소 지루한 건 아쉬운 대목.

그러나 이런 약점도 감정을 분출하는 위기와 절정부의 뛰어난 매력에 금방 상쇄된다.

8월10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