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주목을 끄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부자'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부자들의 노하우만을 터득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그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식들에게 '물고기(돈)'와 '물고기 잡는 법(부자되는 법)'을 동시에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예술품을 물려주는 것도 좋다.

1870년대부터 네덜란드의 백화점들을 경영해온 네덜란드인 피에터 드리스만 집안은 대대로 유명한 컬렉터다.

드리스만 집안의 컬렉션은 피에터 드리스만의 증조부가 암스테르담 역사에 심취,가구와 예술품들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컬렉션의 전통을 물려받은 피에터의 아버지 안톤 드리스만은 미술품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인 컬렉션을 시작했다.

2002년 안톤 드리스만이 죽었을 때는 3만3000유로(395억원)대의 컬렉션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피에터 드리스만이 조상으로부터 받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현재 런던에 살면서 렘브란트의 그림을 모으고 있는 피에터 드리스만은 자신의 컬렉션 노하우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결합,부유한 컬렉터들의 컬렉션 카탈로그를 주문 제작하는 더 아트 도큐먼트 컴퍼니(The Art Document Company)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작품을 즐기면서 길러진 안목으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잡은 것이다.

2000년에는 동아그룹이 소장했던 미술품들이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경매에 대거 등장했다.

동아그룹이 10년 동안 사들인 컬렉션이었다.

작품 중에는 재일교포 화가 곽덕준 선생 작품도 있어 관계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곽 선생은 일본 미술계에서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지만 꿋꿋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갔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세계 현대미술계가 일본 현대미술에 시선을 집중했을 때 '덕준 곽'이라는 이름을 일본 작가 리스트 맨 위에 당당히 올렸던 인물이다.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동아그룹은 곽 선생의 작품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1990년부터 컬렉션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동아그룹은 사업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컬렉션을 하면서 후손들이 예술품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된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유산이 되리라 생각한다.

예술품을 물려주는 것은 단지 물질적인 상속에만 머물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정신적 유산까지 남겨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표화랑 표미선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