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초부터 현대아산에 미국 달러화로 받아온 금강산 관광 대금을 유로화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화의 국제거래가 미국 재무당국의 거래 지침을 따라야 하는 미국계 은행을 거쳐야 가능한 만큼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6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지난 2월 이후 북측의 요청에 따라 관광객 1인당 70달러에 해당하는 관광 대가를 유로화로 바꿔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북측은 과거에도 관광대금을 일부 유로화로 받는 경우가 간혹 있었지만 미국의 금융제재가 심해진 2월 이후에는 현대아산으로부터 받는 유로화 비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를 고려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않았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국제송금시 코레스펀딩뱅크로 지정된 미국계 은행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며 이 경우 관련 계좌가 미국 재무당국에 노출돼 동결조치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02년 12월부터 외화 결제 수단을 미국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변경했으며 최근 미국의 경제제재가 강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유로화 거래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