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미국 실패' 발언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에 있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실패든 아니든 한국 장관이 '그 정책은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면 안 되느냐"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한국의 각료들은 국회에 가서 혼이 나야 되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대해 "(이 장관 발언을) 국회에서 혼을 내는 것을 봤는데 국회가 혼을 내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뒤 "'그러면 북한 목조르기라도 하자는 것입니까''미국의 오류에 대해서는 한국은 일절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한국의 장관에게 금기가 있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결국 정책은 말로써 설명하는 것이다.

기지 있는 반문 같은 것을 잘 활용해 문제의 본질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장관이 소신에 찬 모습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의 대북입장에 대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외교적 파장을 감안해 국무위원들에게 적극적인 국회답변을 주문하는 형식의 간접화법을 썼지만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강경대응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목조르기' 등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미국을 우회비판하고 나선 것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문제 해법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을 예고한 것으로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