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전국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일제히 시작되면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학생들의 '한국 엑소더스'가 한창이다.

올해 여름방학의 영어교육 열기는 여느 해보다 뜨겁다.

비싼 연수 상품일수록 오히려 빨리 마감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프로그램의 종류도 단순한 영어교육 연수에서 체험학습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여름방학 기간 동안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 학생들을 보내 영어를 가르치는 단기 어학연수 시장 규모가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24일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국제청소년문화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름방학 기간 중 이뤄지는 영어연수 시장의 최근 흐름은 양극화로 요약된다.

영어권 국가를 방문해 언어를 배우는 프로그램의 경우 비싼 고급 상품들의 반응이 뜨겁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학부모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미주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실시되는 영어연수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4주 기준 500만~600만원,필리핀 등 동남아 프로그램은 300만~400만원 선이 대부분이다.

대체로 학생 모집이 빨리 마감되는 곳은 고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마케팅의 '베블런 효과'가 영어교육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방학기간 중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 동부지역 아이비리그를 견학하며 영어를 배우는 상품(10일 399만원)이나 호텔이 아니라 명문가의 저택에서 숙박하는 상품(6주 800만원) 등은 일찌감치 정원을 채웠다.

크루즈선을 타고 지중해를 여행하며 영어를 배우는 상품(3주 399만~549만원)도 반응이 뜨겁다.

이 상품은 오는 9월 출발할 예정이다.

미주 지역 영어캠프 전문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격보다는 프로그램의 질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된 체험학습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국내 영어캠프는 쌀수록 찾는 이가 많다.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등 비영리기관이 참가비 중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해 가격을 낮춘 프로그램들은 2~3주에 50만~100만원으로 사설업체들의 절반 수준이다.

이런 캠프에 참가하려면 10 대 1 이상의 경쟁을 뚫고 추첨에 당첨돼야 한다.

한편 국제청소년문화협회가 예측한 올해 여름방학 해외 영어연수 프로그램 시장의 규모는 1조원이다.

여름방학 시즌을 겨냥,국제청소년문화협회가 운영하는 캠프 포털인 캠프나라에 해외 영어캠프 등 단기 어학연수 상품의 등록을 의뢰한 사설업체 수는 800여개.통상 이들은 평균 참가비가 400만원 정도인 해외캠프를 여름철 두 팀 정도로 나눠 한 번에 100명가량의 인원을 해외에 보낸다.

캠프나라에 등록을 의뢰한 업체의 예상 매출만 합해도 6400억원이라는 시장 규모가 나온다.

등록을 의뢰하지 않은 사설업체,정부·지방자치단체·청소년단체 등이 운영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 등을 합하면 전체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잡힌 지난해 사교육비가 8조원 선임을 감안하면 전체 사교육비의 8분의 1가량이 여름 방학 중 영어캠프에 지출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고가 해외 영어 연수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수 비용에 거품이 많은 데다 시장 질서가 혼탁해 가격을 제멋대로 붙이는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캠프업계 관계자는 "해외 영어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1명의 학생을 유치할 경우 미주가 120만~150만원,동남아가 80만~120만원가량 순수 마진으로 떨어진다"며 "이 때문에 50만원 정도를 커미션으로 받고 명단만 넘기는 중간 브로커들이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할 만큼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업체들은 1~2명의 직원을 고용,홍보 브로슈어를 달달 외운 후 학부모 상담에 임하고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잘못 걸릴 경우 저질의 프로그램을 비싼 돈을 주고 이용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