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32조원의 예산을 쓰는 '공룡'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배전·판매부문에 독립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한다.

2001년 발전 사업부문을 분리한 이후 두 번째 경영실험이다.

한전은 그동안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내부경쟁 촉진과 경영혁신을 위해 노사정 합의 아래 기존 16개 지사 중 우선 9개(서울 남과 북,인천,경기,충남,전남,대구,경남,부산) 지사를 오는 9월부터 독립사업부제로 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9개 지사는 현재 지사별로 100만호 이상의 전기 고객호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배전부문 예산 24조5천억원의 80%인 19조5천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독립사업부제가 도입되면 △인사 △예산 △회계 등을 자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9개 지사는 수직적 부,과 체제가 사라지고 수평적 팀제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본사 최고경영자(CEO)와 한 해 경영계약을 체결,성과를 평가받게 된다.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규정한 대규모 구매 권한은 본사가 갖되 일부 기자재 구매는 자율에 맡겨진다.

한전은 9개 독립사업부가 독립적인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경영실적을 산출할 수 있으며 사업부별 경영혁신은 물론 원가절감 등 다양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 내부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9개 사업부를 2년간 운영,성과가 좋으면 독립사업부제를 나머지 7개 지사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독립사업부제는 2001년 한전이 발전 사업부문을 6개 발전 자회사로 분리해 내부 경쟁체제를 갖춘 뒤 나머지 배전·판매 사업부문을 분리하지 않은 채 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치다.

한전은 윤리경영 차원에서 임원과 함께 1직급(처장급)도 재산을 사내에 자율 등록하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구역전기사업(민간 기업이 전기를 생산 및 판매)을 활성화하며△민간의 전력 직접구매(한전을 통하지 않고 곧바로 전력거래소에서 구매)를 확대하고 △민간 판매사업자(민간이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도매가로 사서 일반 고객들에게 소매가로 판매)의 진입을 허용키로 하는 등 민간부문과의 경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및 내부 경쟁력 강화는 곧 해외 전력사업시장에서 경쟁업체들과 싸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2004년 3월 한준호 사장이 취임한 이후 경영혁신을 단행,공기업 고객 만족도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

해외에서는 최근 전세계 전력산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에디슨전기대상을 받았다.

이번 경영혁신안에 대해 학계 등 전문가들은 "공공 에너지인 전기를 값싸게 공급하는 공기업의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익과 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민간 기업적 측면이 강화됐다"면서 "독립사업부의 과열경쟁을 막고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 등은 과제"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