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올 2분기(4~6월) 실적이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와 유가 급등,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 공백 등의 여파로 크게 악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자동차 판매의 최대 성수기에 벌어진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7월 실적도 신통치 않아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올 연간 실적 목표 달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23일 자동차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4579억원)보다 1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정보 사이트인 Fn가이드에 올라온 국내 16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평균치(컨센서스)를 보면 현대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1381억원과 3973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7% 늘어나는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13.2%나 급감했다.

올 들어 급락세를 지속한 환율이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2분기 실적 결산이 늦어져 다음 달 초 이후에나 최종 실적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율 충격으로 작년보다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적 악화가 3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노조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1일까지 19일간 파업을 벌여 누적 손실액만 1조1529억원(생산차질 대수 8만3710대)에 달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시판 초기 폭발적 호응을 받았던 신형 아반떼의 국내외 시판이 지연돼 '신차 효과'도 반감된 상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현대차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8546억원과 3890억원.2분기보다도 나쁘다.

현대증권 송상훈 연구원은 "신차 시판 지연과 내수 부진,조업 차질 등으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현대차의 영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파업이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간 기아차의 실적은 훨씬 더 심각한 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2분기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고 회사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삼성 대우 CJ투자 JP모건 등 상당수 국내외 증권사는 기아차가 2분기에 100억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기아차의 경우 아직까지 임금 및 단체 협상이 초기 단계여서 휴가철 이후 파업이 벌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따라서 3분기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휴일인 23일에도 실무 협상을 갖고 여름 휴가(7월31일~8월4일) 전 막판 타결을 위한 타협점 찾기에 나섰다.

노사는 이날 오후 울산공장 본관 회의실에서 노사 실무위원 5~6명이 모여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호봉제 실시 등 핵심 쟁점안을 논의했다.

노사는 실무 협상을 통해 쟁점 사항에 대한 의견차를 좁힌 뒤 24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제17차 본 교섭에서 잠정합의안 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