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단 한가지 후회되는 일은 샴페인을 더 많이 마시지 못했다는 것이다".

20세기 경제학계의 거장 존 케인즈가 임종 직전 한 말이다.

영국의 명문 고등학교인 이튼 스쿨 재학 시절,샴페인 맛에 눈을 뜬 케인즈는 평생에 걸쳐 샴페인 보급에도 앞장 선 샴페인 마니아였다.

케인즈를 그토록 매료시킨 샴페인이 국내에서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서울 청담동의 와인 바와 고급 레스토랑,호텔 등에서 샴페인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늘면서 국내 샴페인 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2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우리나라 사람들이 샴페인에 대해 많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복숭아 술을 샴페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제과점 등에서 생일 축하용으로 '샴페인'이란 이름으로 파는 술은 복숭아 향의 술에 탄산가스를 주입한 것이 대부분이다.

샴페인은 와인처럼 포도를 압축,발효해 만든다.

와인과 다른 점은 발효 과정에서 이스트를 넣어 당분을 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리해 기포를 내도록 한다는 것.따라서 샴페인은 발포성 와인이며,영어로는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불린다.

알코올 도수 역시 와인과 비슷한 13도다.

그러나 모든 발포성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샴페인의 본 고장인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발포성 와인만을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샹파뉴(Champagne)'의 영어식 발음이 '샴페인'이다.

프랑스 내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와인은 '무세'라고 불리며,나라마다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포도 증류주인 브랜디 중에서 프랑스 코냐크(Cognac)지방에서 생산된 것만을 '코냑'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재 샹파뉴 지역에서는 1000여개 업체가 연간 3억병 이상의 샴페인을 생산하고 있다.

1694년 샴페인을 최초로 만든 이 지역 포베 수도원의 술 창고지기 동 페리뇽의 이름을 딴 '동 페리뇽'과 '모에 샹동' '페리에 주에' '멈' 등의 유명 샴페인들이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샴페인의 맛=샴페인의 맛은 '도자쥐(dosage)'라고 불리는 당분 함량에 따라 6가지로 나뉜다.

도자쥐는 샴페인 발효과정에서 넣은 이스트 찌꺼기를 빼내는 '데고르쥐망' 과정 직후에 첨가하는 설탕과 브랜디의 혼합물이다.

도자쥐 함량이 낮을수록 신맛을,높을 수록 단맛을 낸다.

도자쥐 함량은 샴페인 라벨에 표시돼 있으며 낮은 것부터 엑스트라 브뤼(extra-bru),브뤼,엑스트라 섹(extra-sec),섹,드미 섹(demi-sec),두(doux) 등으로 구분한다.

샹파뉴 지역의 주요 도시인 행스(Reims)에 자리잡고 있는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의 제조 책임자(쉐브 드 카브) 에르베 데샴씨는 "당분 함량이 낮아 드라이한 맛을 내는 브뤼 샴페인은 애피타이저에,단 맛이 나는 엑스트라 섹이나 섹 샴페인은 향신료가 들어간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는 샴페인은 대부분 브뤼 샴페인이다.

◆샴페인 마시기=샴페인에 대한 또 한 가지 오해는 축하용 술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그러나 샴페인이 보편화된 서구에서는 일반 식사 자리에서 애피타이저는 물론 반주용으로도 마시고 있다.

샴페인에는 향과 맛 외에도 보는 즐거움이 곁들여진다.

샴페인의 기포가 술잔 바닥에서부터 촘촘히 올라오는 것을 눈으로 지켜 보는 즐거움이 있다.

'플루트(flute)'라는 샴페인 잔이 와인 잔과 달리 가늘고 길쭉한 튤립 모양으로 생긴 것도 기포를 오랫동안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플루트 용량은 120㎖로 전 세계적으로 통일돼 있다.

전문가들은 샴페인을 마실 때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섭씨 7∼10도 정도로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또 와인처럼 잔을 여러 번 흔들지 말고,살짝 한 번 정도 돌려야 향을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