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노조가 20일 농성을 풀고 자신 해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선회한 것은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시민들의 비난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론이 노조에 불리하게 돌아가는데다 노조원들의 이탈이 잇따라 파업을 계속 이어갈 힘을 잃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건설노조가 자진 해산을 대가로 정부와 사용자측에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볼 수 없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포스코의 단전 단수 조치와 청와대의 강경한 입장선회,중간 이탈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경찰의 방송 등이 노조원들의 심리적 동요를 크게 유발한 것 같다"면서 "이탈자 대부분이 노조 집행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권력 투입은 이제 시간문제"라며 "본사에 있던 노조원들 중에서 자발적 이탈자가 급증하면서 노조 조직력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탈자 늘고 있어

건설노조가 불법 점거 중인 포스코 본사 건물 주변에는 현재 70개 중대 인원이 언제든지 진입할 수 있는 비상태세를 갖추고 있다.

빈 주차장마다 50∼100여명씩 진압대원이 모여 가상 본사 진압작전을 펼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공권력 투입은 이제 시간문제"라며 "본사에 있던 노조원들 중 자발적 이탈자가 급증하는 등 노조 조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새벽 포스코 본사에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851명의 노조원이 빠져나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1000여명 내외의 노조원이 더 남아 있으며 앞으로 이탈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노조측에선 "아직도 1700여명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원들의 탈출도 거의 필사적이다.

건물 밖 배관,각층 여자화장실로 연결되는 환풍구를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오거나 멈춰선 승강기 와이어를 타고 2층까지 내려오고 있다.

이날 오전 건물에서 빠져나온 정모씨(48·제관공)는 "건물 안의 기온이 40도에 이르는데다 음식물 반입도 중단돼 노조원들이 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안에 있는 노조원 대부분이 나오고싶어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간 이탈자는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끝까지 남아서 강경투쟁을 일삼는 자는 강력 처벌하겠다'는 경고방송을 끊임없이 내보내며 자진해산을 유도하고 있다.

경찰력 투입에 앞서 최악의 충돌을 막기 위한 마지막 퇴로를 열어둔 것이다.

○물리적 충돌 불가피

단전 단수 조치가 단행된 포스코 본사는 엘리베이터 6개가 작동 중지된 가운데 1~4층 계단에 경찰이 버티고 있고,4~5층으로 통하는 건물 양쪽의 비상 계단부터는 노조원들이 의자를 묶어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강제진압시 인명피해가 속출할 것을 우려,본사 주변에 구급차와 대형 매트리스,소방차 등을 배치해 놓고 있다.

경찰은 "강성 노조원들은 깨진 대리석,책상유리,음식 만드는 데 사용하는 프로판 가스통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으며 건설노동자 출신답게 건물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경찰이 공개한 노조 시위 장면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건설노조원들은 20kg짜리 가정용 프로판가스를 이용해 경찰 진입을 막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