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절약은 '셀프주유' 보다 '카드'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아직까지는 정서상 차에서 내려 직접 주유하는 걸 꺼리는 것 같습니다."

셀프주유소가 시들한 데 대한 정유업체 한 관계자의 분석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가 1998년 한때 100곳까지 운영했던 셀프주유소는 정유업계를 다 합쳐도 10여곳에 그칠만큼 명맥만 유지하는 선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 주유기와 셀프 주유기를 함께 쓰는 '혼합형' 및 셀프 '단독형' 모두 합쳐 국내 정유업체가 운영중인 셀프주유소는 SK㈜ 2곳, GS칼텍스 7곳, 에쓰-오일 1곳, 현대오일뱅크 1곳 등 11곳에 불과했다.

문자 그대로 '장식용'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휘발유의 90% 이상이 셀프주유로 팔리고 있고, 독일은 전체 주유소의 92%, 영국은 72%, 프랑스는 57% 등으로 셀프주유가 일반화돼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셀프주유시 ℓ당 50원 안팎을 절약할 수 있지만 주유비 절감을 위해 손에 기름을 묻히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라며 "최근 고유가 등으로 이른바 '유(油)테크' 차원에서 셀프주유 이용을 권장하는 흐름도 있지만 아직은 선진국과 같은 획기적인 인식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최근 일부 기자들을 만나 셀프주유소를 전체의 10%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혀 새삼 관심을 모았다.

이는 주유원 구인난, 유가 고공행진에 맞물린 유테크 마인드 확산 전망과 함께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국내 셀프문화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섞인 의지 표시로 해석되고 있으나 실제 이것이 셀프 수요 확대에 기대어 탄력을 받을는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 회장 말도 현재의 실행계획이 아니라 장기 복안을 내비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들은 셀프주유 대신 각종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는 다양한 카드 마케팅으로 유테크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고드는 데 더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