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목이 마를 때는 청량음료라도 좀 마셔야 한다."(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구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집권여당 의장과 신임 경제정책 수장의 첫 만남에서 경기활성화에 대한 당.정간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19일 취임 인사차 영등포 당사를 예방한 권오규 부총리에게 "시장은 확대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부가 사라져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푸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김 의장은 "인위적인 경기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서민경제가 어려운 만큼 당이 중산·서민층과 함께 오늘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을 경제수장이 존중하고 뒷받침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 부총리는 그러나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데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의 일관성이 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기부양 기조로 선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의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정부 입장이) 맞는 얘기지만 그곳까지 가려면 기초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장거리 마라톤으로 지쳐 있는 중산층과 서민층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가 딱딱해지자 배석한 이목희 열린우리당 기획위원장은 "권 부총리가 소신이 뚜렷해 마음이 든든하다"며 분위기를 바꿨다.

한편 권 부총리는 20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시내 모처에서 첫 조찬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