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고객만족에 주력하는 것처럼 사찰도 '신도만족 경영'을 지향해야 한다."

"사찰운영을 선진화하고 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불교계에 '경영 마인드' 도입이 새로운 화두로 제기되고 있다.

종교인구가 전반적으로 줄고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있어서 예전처럼 시주금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사찰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이와 함께 징수하던 전통사찰의 문화재관람료도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어 절집 살림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사찰마다 재정확충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

오대산 월정사는 오대산과 사하촌까지 포함하는 지역에 수행과 명상,웰빙체험,지역특산물 판매 등을 망라한 종합 휴양지로 개발하는 '휴(休)밸리 구상'을 추진 중이다.

또 해남 대흥사는 차를 재배ㆍ수확ㆍ제조ㆍ판매하는 전 과정을 담당할 별도의 영농법인을 최근 설립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은 아직 기본적인 경영 마인드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20일 오후 2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찰 운영 시스템 진단 및 개선'을 주제로 제1차 사찰경영연구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될 이날 세미나는 사찰의 경영ㆍ관리 실태,재정운영ㆍ확충 방안,사찰 운영의 법률적 개선방안,신도 조직의 현황 분석 및 효과적 운영 대안,사찰 경영의 선진 모델 연구 및 제시 등을 다룰 예정.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사찰도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내포돼 있다.

기조발제를 맡은 정웅기 불교아카데미 사찰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사찰의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라는 발제문에서 "많은 전통사찰이 고정 신도층은 엷어지고 일반 관리비용은 늘어나 안정적 재정구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시대변화에 조응하지 못한 낙후된 사찰운영 시스템이 건축불사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전반적 종교인구 감소로 인해 1980년대 이후 도심지역에서 성공모델로 자리잡았던 도심포교당들조차 미래지향적인 전략 재설계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고객'이자 자원이기도 한 신도들에게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신도만족 경영'을 통해 신도들이 봉사하고 참여하면서 기여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사찰공간 등 물적 자원과 승려 인적 자원,역사문화자원,환경자원 등을 객관화된 양적 지표로 분석해야 하며 단위 사업은 물론 사찰운영 전반을 대중의 참여도와 조직 기여도,수익률,혁신 등 경영의 관점에서 진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 부소장의 발제에 이어 능인선원 주지 지광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집행위원장 토진 스님,강화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구병진 박사(경영학) 등이 세부 토론을 벌일 계획.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사찰운영을 선진화해 사찰 경영과 신도관리,불사계획,교육 및 포교전략 등 전 영역에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