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노동현장 곳곳에서 대형 분규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정부의 노동 행정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청와대-노동부로 이어지는 노동정책 라인은 각종 파업 사태에 그런 대로 무난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원칙 맨'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퇴진하고 후임에 '대화와 타협'을 앞세운 이상수 장관이 들어선 데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과 노동비서관 자리도 비전문가로 물갈이되면서 파업 대응 전략에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지역건설노조 등은 정부의 대응 능력이 떨어진 올해가 투쟁의 호기라고 판단,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방치할 경우 노조의 강성 기류는 앞으로 더욱 확산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노동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바뀌는 노동 행정

지난 2월 이상수 장관이 부임하면서 재계가 가장 걱정한 부분은 노동계의 기대감을 높여 불법 파업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면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임 김대환 장관은 재임 중 나름대로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잘못된 노동 운동에 견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노사 관계를 전공한 이원덕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과 노동운동가 출신인 권재철 비서관이 법과 질서를 지지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노동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노동부 장관은 물론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과 노동비서관 모두 노사관계 문외한이거나 비전문가로 교체되면서 노동정책 노선에도 변화의 흐름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파업에 대한 대응이 불분명해지고 관용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때문인지 노동 현장에서 불필요한 불법 파업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철도 노조가 단체협상 대상이 아닌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한 것이나 포항지역 건설노조가 협상 상대가 아닌 포스코에 불법으로 전격 진입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노동부는 장관을 비롯 노사정책 라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다소 흔들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파업을 다스려야 불필요한 파업이 줄고 기업들의 생산 활동도 방해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과 노동비서관이 비전문가로 교체된 데다 노동부 장관도 친노(親勞) 성향을 보여 노동계의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노사 관계도 불안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늘어나는 집단행동

정부는 민주노총이 해결을 요구한 장기투쟁 사업장 등의 해결에만 매달리고 커다란 불법 분규에는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노사 분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큰 틀에서 노동 행정의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여수 광양플랜트노조 등이 파업을 벌일 태세"라며 "노동계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투쟁을 벌일 수 있는 호기로 공권력이 다소 공백을 보이는 올해를 꼽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파업이 만연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가까스로 정상을 찾은 사업장 노조까지도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GM대우 노조는 임금 인상을 회사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4일 부분 파업을 벌인 데 이어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또 다시 파업을 벌일 방침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