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11 전당대회' 후유증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대표경선 과정에서의 '색깔론'시비에 반발,전남 순천 선암사에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내 갈등이 치유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색깔론'의 표적이 된 이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첫 최고위원회에 불참하는 등 당무를 거부한 채 선암사로 향했다.

그는 강재섭 대표 등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배신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14일 직접 그를 찾아가 당무 복귀를 설득했지만 극적인 화해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최고위원은 나아가 15일 지지자 30여명과 지리산에 오르면서 "정권교체를 하려면 '우파대연합'을 이뤄야 하는데,내가 수구보수 지도부에 있으면 우파대연합을 이룰 수 없지 않느냐"며 사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새 지도부를 '수구보수'로 규정하고 자리를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산행에 나선 진수희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는 물론 '한나라당발(發)' 정계개편을 포함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이뤄진다면 당에 미칠 충격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 결과 '불복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새 지도부는 시작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다.

10년 만의 정권탈환을 위해 단합해도 모자라는 판에 '적전분열'의 혼란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내년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당내 대권주자 경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대기간 불거진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논란은 탐색전을 끝내고 양 진영 간 파워게임이 전면전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경선 불복에 대한 비판여론이 만만치 않아 이 최고위원이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