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현대차 위기] (下) GM 노조 제몫만 챙기다 '대량실업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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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2월30일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 소재 제너럴 모터스(GM) 공장.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이 주도하는 동맹파업이 이 곳에서 깃발을 올렸다. GM의 17개 공장에서 13만6000여명이 참가한 파업은 이듬해 2월11일까지 계속됐고 GM은 결국 UAW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만다. UAW는 이후 GM으로부터 근로자들의 퇴직 후 생활과 의료까지 보장받는 파격적인 조건을 얻어낸다. GM의 비극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부메랑 맞은 강성 노조
GM 노조의 동맹파업이 벌어진 지 70년이 지난 2006년 6월. GM 노조는 북미 공장 12개를 폐쇄하고 근로자 3만5000명을 감축한다는 회사측 발표를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북미에 근무하는 GM 근로자(11만3000명)의 31%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가 '사느냐,죽느냐'의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자 강성으로 이름난 GM 노조도 속수무책이었다.
GM 노조를 굴복시킨 것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참담한 성적표였다. 지난해 무려 105억6000만달러(10조24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것. 1980년대 43.3%에 달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5.8%로 급락한 결과다. 특히 올 1분기 실적은 11억달러의 적자로 분기 기준으로는 12년 만에 최악이다.
실적악화의 주범은 과도한 복지비용으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구조. GM은 노조원들에게 지급되는 막대한 의료비 및 연금혜택 때문에 차량 1대를 만드는데 22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들여야 했다. 애초부터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고비용 구조는 제품 경쟁력까지 저하시켰다. 높은 생산 비용을 감안,설계 단계부터 저가의 자재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의 근로자는 30년만 근무하면 회사에서 평생 본인과 가족의 의료비를 받게 된다"며 "결국 지나친 고비용 구조가 대규모 실업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도 GM의 길 걷나
"GM의 위기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도 이제 스스로 임금 동결을 선언할 때가 됐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1월 무역협회 주최 조찬강연)
전문가들은 "현대차도 GM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19년간 파업을 벌여온 현대차 노조의 행태가 과거 GM 노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정년 보장도 모자라 인사도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해외에 공장을 신♥증설할 때도 노조와 협의하도록 한 대목에서 그렇다. GM은 노조와의 협약에 따라 판매실적에 관계없이 공장 가동률 80%를 유지해야 했고,현대차도 단체협약을 통해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을 2003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뿐더러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공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 없다.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는 현대차와 GM이 공통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임금은 2001년부터 작년까지 42.39%(연평균 8.4%) 인상됐다. GM 노조도 강경 파업투쟁을 통해 미국 전체 생산직 평균 임금의 1.7배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생산성 측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도요타 등 1류 업체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 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국내에도 UAW같은 거대 조직이 생겨날 전망"이라며 "변화하는 환경에 제때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공룡의 교훈을 되새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부메랑 맞은 강성 노조
GM 노조의 동맹파업이 벌어진 지 70년이 지난 2006년 6월. GM 노조는 북미 공장 12개를 폐쇄하고 근로자 3만5000명을 감축한다는 회사측 발표를 씁쓸히 지켜봐야 했다. 북미에 근무하는 GM 근로자(11만3000명)의 31%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가 '사느냐,죽느냐'의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자 강성으로 이름난 GM 노조도 속수무책이었다.
GM 노조를 굴복시킨 것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참담한 성적표였다. 지난해 무려 105억6000만달러(10조246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것. 1980년대 43.3%에 달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5.8%로 급락한 결과다. 특히 올 1분기 실적은 11억달러의 적자로 분기 기준으로는 12년 만에 최악이다.
실적악화의 주범은 과도한 복지비용으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구조. GM은 노조원들에게 지급되는 막대한 의료비 및 연금혜택 때문에 차량 1대를 만드는데 22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들여야 했다. 애초부터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고비용 구조는 제품 경쟁력까지 저하시켰다. 높은 생산 비용을 감안,설계 단계부터 저가의 자재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M의 근로자는 30년만 근무하면 회사에서 평생 본인과 가족의 의료비를 받게 된다"며 "결국 지나친 고비용 구조가 대규모 실업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도 GM의 길 걷나
"GM의 위기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도 이제 스스로 임금 동결을 선언할 때가 됐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1월 무역협회 주최 조찬강연)
전문가들은 "현대차도 GM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19년간 파업을 벌여온 현대차 노조의 행태가 과거 GM 노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정년 보장도 모자라 인사도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해외에 공장을 신♥증설할 때도 노조와 협의하도록 한 대목에서 그렇다. GM은 노조와의 협약에 따라 판매실적에 관계없이 공장 가동률 80%를 유지해야 했고,현대차도 단체협약을 통해 국내 공장의 생산물량을 2003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뿐더러 노사 간 합의가 없으면 공장을 축소하거나 폐쇄할 수 없다.
'고비용-저효율'의 구조는 현대차와 GM이 공통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임금은 2001년부터 작년까지 42.39%(연평균 8.4%) 인상됐다. GM 노조도 강경 파업투쟁을 통해 미국 전체 생산직 평균 임금의 1.7배를 받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생산성 측면에서는 두 회사 모두 도요타 등 1류 업체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산별노조 전환에 성공함에 따라 국내에도 UAW같은 거대 조직이 생겨날 전망"이라며 "변화하는 환경에 제때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공룡의 교훈을 되새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