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국 결렬(決裂)되면서 북측 대표단이 예정보다 하루 앞선 어제 오후 철수했다.

북측이 그들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부담을 안고도 대화를 지속하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을 철저히 무시하고 회의 첫날부터 어처구니없는 궤변만 늘어놓으면서 회담 결렬이 예견된 것이기도 하지만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측은 이번 회담 의제를 북의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로 못박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런데도 되돌아온 것은 북의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전을 도모해주고 남측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는 극히 모욕적인 망언이었을 뿐이다.

그것도 모자라 북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국가보안법 폐지''쌀 50만t과 경공업 원자재 지원'등을 요구했다.

참으로 뻔뻔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황당한 소리나 듣자고 회담을 했는지 정말 한심할 지경이다.

더구나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잔뜩 부담만 더 짊어지게 된 것도 문제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국 등 우방국과의 공조(共助)에 불협화음이 노출된데 이어,특히 일본과의 심각한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북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내려던 중국의 설득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미국 주도의 강경 대응과 유엔의 대북결의안 채택이 확실해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사태진전이란 점에서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 결렬이 북측의 태도 변화없이 우리측의 일방적인 양보와 지원만으로 정상적인 대화와 협력이 어렵다는 한계를 여실히 입증해주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대북 정책기조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미사일 도발로도 모자라 남한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북측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북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기는커녕,대화 진전과 경협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측도 6자회담 복귀(復歸)가 유일한 해결책임을 보다 분명히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6자 회담에 즉각 복귀해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에 나서지 않는 한 더이상 우리 측의 지원과 양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국제사회의 강도높은 제재로 고립만 더욱 심화되면서 그들 스스로의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