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미국 GE 사장이 서울을 공식 방문했을 때 한국의 S기업은 선물로 자개상을 준비했다.

부피가 큰 관계로 훗날 항공편으로 시카고로 보내준다는 전제 하에 S기업 홍보책임자는 GE 사장 비서에게 주소를 물었다.

비서는 사장에게 보고한 후 바로 가격을 확인했다.

GE의 20달러 규칙(선물로 20달러 이상은 안됨)을 잘 알고 있던 S기업측은 20달러라고 속이고(?) 자개상을 미국으로 발송했다.

GE측은 선물을 받음과 동시에 20달러짜리 GE 사장 개인 명의의 수표를 보내왔다.

얼마 후 GE 본사의 세일즈맨 몇 명이 미식축구 슈퍼볼 관람권을 거래선으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 사건 이후로 '외부로부터의 모든 선물은 사양한다'는 협조편지가 국내외의 거래선으로 발송됐고,외부 선물은 일절 받지 않는 GE의 내부복무규정(Integrity)이 사풍으로 자리잡았다.'

서양 사람들에 비해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권 사람들에게 '선물'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즉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하는 본연의 의미를 훨씬 초과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사치레'라고 생각하여 부담까지 느끼곤 한다.

그러한 부담이 '촌지(寸志)'와 '뇌물(賂物)'의 기준을 모호하게 한다.

일본의 경우 '오츄우겐(お 中元)' 또는 '오세이보(お歲暮)'라 하여 1년에 두 번 절기를 정해 지인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간단한 선물을 전하도록 하고 있다.

이 두 절기의 보편화로 일본에서는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선물 문화가 자리잡았다.

선물을 주어야 하는 경우는 크게 비즈니스와 사교의 두 부류로 구분지을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선물문화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커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아시아나 러시아에서처럼 '선물'을 장기 비즈니스를 위한 인간관계 형성에 꼭 필요한 과정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독일 등 일부 서구 국가처럼 '선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한 선물의 내용에 있어서도 금기 사항이 많아 멕시코인에게 죽음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꽃을,중국인에게 '벽걸이시계(鐘)'를,아랍인에게 '술'을,말레이시아인에게 '개 그림이 들어간 기념품(돼지와 더불어 개도 부정의 상징임)'을 준다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반면에 사교시의 '선물'은 만국 공통이다.

즉 선물의 내용을 제외하고 '받았으면 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의가 없는 것이다.

결혼식이라든지 생일 또는 가정으로의 초대 등 각종 사교 행사시 주인에게 또는 초대한 사람에게 간단한 선물을 하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또한 선물을 받았으면 편지로 혹은 상응하는 선물로 답례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비즈니스든 사교의 목적이든 간에 '선물'은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촉매제임은 틀림이 없다.

단 '받아서 즐겁고 주어서 기쁘고 뒤끝이 없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 아래에서 '주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받는 사람' 위주의 선물을 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박준형 문화간 훈련전문가 info@culturec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