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3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통부는 12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에서 LG텔레콤의 IMT-2000 사업권 회수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상용화 시기를 연장해 줬는데도 LG텔레콤이 2차 시한(6월 말)을 지키지 않았고 당분간 IMT-2000 주파수를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F는 최근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방식의 비동기식 IMT-2000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LG텔레콤은 어떻게 되는가.

3세대 서비스를 못 하는가.

LG텔레콤이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포기한 것은 세계적으로 동기식을 채택한 사업자가 거의 없어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비동기식이 사실상 세계 표준이 되면 동기식 사업자는 글로벌 로밍(국내에서 쓰던 휴대폰을 들고 나가 해외에서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퀄컴이 기술 개발을 중단키로 해 서비스 진화도 기대할 수 없다.

LG텔레콤이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회수당했다 해서 3세대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LG텔레콤은 기존 1.8기가헤르츠(GHz) PCS 주파수를 활용해 올해 말께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SK텔레콤의 '준'이나 KTF의 '핌' 기술(2.75세대 EV-DO)에서 한 단계 진화한 'EV-DO 리비전A'.LG텔레콤은 전송 속도 등 서비스 품질에서 HSDPA에 뒤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EV-DO 리비전A는 당초 LG텔레콤이 IMT-2000용인 2GHz 주파수 대역에서 상용화하려고 했던 기술이다.

LG텔레콤이 이 기술을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상용화하려고 하는 데는 투자비가 적게 드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IMT-2000용 새 주파수 대역에서 상용화하려면 수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 반면 기존 주파수를 활용할 경우엔 1000억원대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통부는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상용화 시기를 2006년 6월 말로 연장해줄 때 2006년 말까지는 기존 PCS 주파수로 리비전A 서비스를 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따라서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회수하더라도 기존 주파수를 활용해 3세대 서비스에 버금가는 리비전A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

정통부는 이날 국회에 보고한 통신현안 보고에서 LG텔레콤이 오는 12월부터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리비전A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 서비스가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소비자 편익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술했다.

LG텔레콤이 기존 주파수로 리비전A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IMT-2000 출연금 미납금과 주파수 사용 대가다.

LG텔레콤은 출연금 1조1500억원 중 2200억원만 내고 나머지 9300억원은 상용 서비스 개시 후 내기로 했다.

LG텔레콤이 사업권을 자진 반납할 경우엔 귀책사유가 사업자에게 있는 만큼 나머지 출연금과 주파수 사용대가(961억원)를 내야 한다는 게 정통부 판단이다.

LG텔레콤이 사업권을 반납하지 않아 정통부가 회수할 경우엔 나머지 출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귀책사유를 놓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정통부는 상용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업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LG텔레콤은 "상용 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LG텔레콤이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포기한 데 대해서는 어느 한 쪽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기술 전망을 잘못해 LG텔레콤을 동기식이라는 '낭떠러지'로 몬 정통부도 책임 공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한 전문가는 "통신분야는 기술 전망이 매우 어려워 지금 시점에 책임을 묻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LG텔레콤에도 퇴로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