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미국 증시약세에 영향받아 10일 오전 하락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오후들어 돌연 25포인트 이상 급반등한 채 마감됐다.

이날 지수의 극적 반전은 외국인 선물 매수 덕분이었다.

외국인은 오전장 선물시장에서 3000계약정도 매도 우위를 유지했으나 낮 12시30분을 기점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어 1시간동안 무려 5000계약 이상을 밀어넣었다.

시장 베이시스(선물과 현물 간 가격차)가 플러스로 반전되면서 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수(현물매수-선물매도)가 급격히 늘어 지수는 급등했다. 프로그램 순매수는 4500억원 이상에 달했다.

선물시장(꼬리)이 현물시장(몸통)을 뒤흔드는 전형적인 '왝더독' 시장이 연출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날 외국인이 돌연 선물 대거 매수에 나선 배경을 두고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의 선물매매 방향이 헷갈린다는 얘기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7월 들어서부터 외국인이 선물을 사고 팔면서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확연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수급이나 기업실적 등에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지수는 외국인 선물 매매 패턴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외국인의 헷갈리는 선물매매

외국인은 지난 6일의 경우 선물시장에서 하루 1만3000계약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급락을 유발했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 매수분에 대한 청산이냐,아니면 대규모 현물 매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10일 외국인은 반대로 4400계약 이상 순매수,지수 급등을 유인했지만 역시 배경에 대해선 추측이 무성하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의 경우 외국인의 공격적인 선물 매수에는 다분히 투기적인 목적이 개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매수의 기반이 되는 매도차익거래 잔액이 사상 최대인 2조3000억원을 넘어서자 투기적인 성향의 외국인들이 프로그램 매도보다는 매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를 겨냥해 대규모 선물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외국인 선물 매수→프로그램 매수 유입→지수 상승→현물 주식 차익실현을 겨냥한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대규모 선물매수와 달리 현물 주식은 25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반면 이우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이 오후 들어 동반 급반전한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 선물 매수가 반드시 투기적인 목적 때문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국내 시장참여자들이 모르는 증시의 호재성 이벤트를 앞두고 외국인이 선수를 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수 추가유입 기대

전문가들은 어쨌든 당분간 외국인의 선물 매매 동향과 이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지수가 움직이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악재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시장을 떠받칠 수급도 그다지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이우현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매의 기반이 되는 차익거래잔액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프로그램은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직 프로그램 순매도 차익잔액(매도차익잔액에서 매수차익잔액을 뺀 수치)이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베이시스가 조금만 좋아져도 곧바로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