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54)는 엘리트 경제관료의 전형이다.

소위 'KS'로 불리는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왔다.

행시에 패스한 뒤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경제부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리고 공직을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경제관료로선 최고봉인 경제부총리에 오르게 됐다.

이런 엘리트 경제관료 코스를 걸어오다 보니 그의 인맥은 주로 경제계에 집중돼 있다.

KS 동문 중에서도 경제계에 있는 친구들과 친분이 두텁다.

경제관료를 지내며 맺은 인맥은 주로 옛 경제기획원 시절 대외경제조정실 멤버가 핵심이다.

이 밖에도 미국 유학시절 동문 수학했던 경제학자들과도 교류하고 있다.


권 내정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친한 그룹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동기동창들이다.

그는 경기고등학교 67회(68년 입학)다.

동기 중에선 김&장법률사무소의 통상전문 변호사인 신희택 변호사와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 등과 절친하다.

광주고검장을 지낸 홍석조 변호사가 동기이며 재계의 동기동창으로는 김영훈 대성그룹 글로벌에너지네트워크 회장,구자명 LS니꼬동제련 부회장,최한영 현대자동차 사장 등이 있다.

권 내정자는 고등학교 때 이과여서 이공계에도 친한 친구들이 많다.

2대 독자인 권 내정자는 고교 때는 그리 활달한 성격은 아니었다고 한다.

같은 이과 출신인 중앙대 홍 교수는 "고교 시절 권 내정자는 친구를 많이 사귀는 축은 아니었지만 일단 가까워진 사람과는 깊이 사귀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벌레도 아니었다고 친구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타입이어서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관리도 철저한 사람이었다.

71학번으로 입학한 서울대 상대 동기들 가운데는 경제계에 있는 친구들과 자주 만난다.

상대 동기로는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황영기 우리은행장,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박중진 동양생명보험 부회장 등이 있다.

또 열린우리당의 당의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현대캐피탈 회장 출신의 이계안 의원과 노동운동가 출신인 이목희 의원도 상당히 가까운 사이다.

권 내정자는 정몽준 국회의원과 서울대 경제학과 2~4학년을 같이 다닌 인연도 있다.

정 의원은 원래 권 내정자보다 한 해 선배인 70학번이었지만 1학년을 마치고 1년간 휴학했다가 복학하는 바람에 71학번들과 수업을 같이 들었다.

대학시절 권 내정자에 대해 서울대 박 교수는 "친구들과 두루 인간 관계가 원만했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대학교 3학년 때 행시 공부를 시작해 4학년 때인 1974년 첫번째 시험에서 합격했다.

당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한 권 내정자는 경제기획국 사무관 시절인 1979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 때 미네소타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유학생으론 심상달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선임연구위원,강문수 금융통화위원,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제학) 등이 있다.

KDI 심 연구위원은 "권 내정자는 유학생들과 야구를 즐기고 가족들과 여행도 많이 다녔다"며 "그러면서도 2년 만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자격 시험도 합격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선 경제기획원 경기기획국과 대외경제조정실(대조실)에서 주로 근무했다.

그 중 대조실에 근무할 때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과는 지금도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 의장이 대조실장을 맡았던 1993년 당시 멤버들과 그렇다.

그 때 강 실장 밑엔 김호식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과 이윤재 코레이 대표,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이 국장이었고,그 밑에 권오규 내정자와 윤대희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과장으로 일했다.

권 내정자는 국·과장 시절에도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일벌레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소 '게으른 천재형'에 가까웠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지 매끄럽고 깔끔하게 처리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많은 선배들은 그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후배로 기억한다.

한편 권 내정자의 고시 15회 동기로는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